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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사실 바쁘게 산다고 해결되진 않아 - 일과 삶의 균형이 무너진 현대인의 시간빈곤에 관한 아이러니

by 글쓰남 2018.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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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바쁘게 산다고 해결되진 않아 - 10점
한중섭 지음/책들의정원

연간 2천 69시간에 달하는 평균 노동시간으로 OECD에서 두 번째로 오래 일하는 나라. 평일 여가가 3.1시간뿐이며 그마저도 대부분이 TV 시청으로 채워지는 나라. 고위직 임원에서 신입사원까지 과로사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정확한 통계 하나 없는 나라. 바로 대한민국이다. ‘빨리빨리’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한국인의 일상은 언제나 무엇인가에 쫓기고 있다. 시간이 곧 돈으로 통하는 금융업계 종사자 K의 하루를 들여다보자.


서울에 사는 주식 중개인 K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난다. 일어나자마자 TV를 켜고 지난밤 미국 증시와 연준(연방준비은행)의 금리 코멘트에 관한 뉴스를 들으며 시리얼을 우적우적 먹는다. 출근길에는 스마트폰을 쥐고 메일을 확인한다. 사무실에 도착한 그는 오전 회의를 마치고, 고객에게 보낼 보고서 하나를 부랴부랴 작성한다. 점심은 샌드위치로 대충 때운 후 몇 통의 문의 전화에 응답하고 상사에게 서류를 제출하고 나니 오후 8시. 회사를 나서는 그의 발걸음은 집이 아닌 강남의 음식점으로 향한다. 간단히 저녁만 하고 싶었지만 거래처 박 부장이 폭탄주를 마시고 싶어 하는 기색을 보인다. 오늘도 아이가 잠들기 전에 귀가하기는 틀렸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야근과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대한민국 직장인이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장면들이다. 그렇다면 모두가 이와 같은 모습으로 삶을 보내고 있을까. 노르웨이의 사례를 찾아보자. 노르웨이는 2016년 UN이 발표한 <세계행복보고서>와 OECD의 ‘더 나은 삶의 지수(Better life index)’에서 각각 1위를 기록했다. 노르웨이 국민이 행복을 느끼는 데는 시간적 여유가 큰 몫을 차지한다. IT 회사에 재직 중인 한센의 일상을 살펴보자.


한센은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에 거주하는 직장인이다. 개발부서에서 근무하는 그는 아침 8시에 일어나 세 아이와 아침을 먹고 출근한다. 그의 동료는 오늘부터 3주 동안 스페인으로 휴가를 떠났다. 아이들 방학이 시작되면 그도 2주간 캠핑을 다녀올 생각이다. 노르웨이의 법은 주당 노동시간을 최대 40시간으로 규정하지만, 노조와 회사가 협상한 끝에 한센은 37.5시간을 일하고 있다. 탄력근무제가 적용된 그의 퇴근 시간은 오후 4시. 거리는 벌써 일과를 마친 사람으로 가득하다. 집에 돌아와 아내와 함께 양고기를 굽고 저녁을 차린다.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음식을 먹고는 다함께 내일 계획을 이야기한다. 그의 가족은 몇 년째 주말농장을 가꾸고 있다. 내일은 올해 첫 당근을 수확할 셈이다. 그는 벌써 신이 난 아이들을 재우고 자신도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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