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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베를린 함락 1945

by 글쓰남 2023.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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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함락 1945 - 10점
앤터니 비버 지음, 이두영 옮김, 권성욱 감수/글항아리

독보적인 자료 접근성과 돋보이는 내러티브

『베를린 함락 1945』는 저자의 근면성과 충실한 각주, 문체와 이야기 솜씨, 사실에 대한 꼼꼼한 접근으로 “걸작 논픽션” “비버의 저서들 가운데 최고”라고 평가받다. 전직 육군 장교에서 역사가로 변신한 저자는 복잡한 군사적 움직임과 이를 지휘한 지휘관들의 추론에 대해 매우 명료하게 설명한다.
1944년 12월 아르덴에서 대규모 반격으로 서방 연합군을 분열시키겠다는 히틀러의 무모한 도박은 실패로 돌아갔고, 붉은 군대가 동부에서 새로운 공세를 개시할 태세를 갖춘 터라 독일의 운명은 거의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따라서 이 책은 1944년 크리스마스에서부터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1945년 1월부터 5월까지 소련군과 주요 연합군이 베를린으로 진격하는 동안 주요 인물들의 말을 엿듣고 직접 서술하는 방식을 택해 독자가 히틀러와 스탈린의 독백을 엿듣는 도청자가 되게 만든다.

비버는 러시아, 독일, 스웨덴 기록보관소에 대한 독보적인 접근성과 영국 및 미국 자료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를 통해 상당한 양의 새로운 자료를 발굴해 이 책을 썼다. 그중 일부는 기괴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가령 저자는 히틀러의 턱뼈와 두개골이 첩보 조직 스메르시와 소련 비밀경찰NKVD 사이에 어떻게 나눠졌고, 결국 소련 기록보관소에 보관됐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또 1970년까지 마그데부르크의 소련군 연병장 아래 묻혀 있던 히틀러의 유해가 마침내 한밤중에 발굴돼 유골이 도시 하수도에 버려졌음을 알려준다.
저자의 증거 수집력은 이 책에 활용된 문서, 일기, 인터뷰, 도서 등으로 뒷받침된다. 비버는 동쪽에서 진격해오는 소련군에 서술을 집중하면서도, 서쪽의 연합군 진영과 나치군 사이를 쉽게 넘나들면서 전쟁의 디테일과 그것들이 함의하는 바를 눈부신 통찰력으로 보여준다. 이를테면 “스튜드베이커 트럭과 닷지 트럭들, 뒷좌석에 박격포를 싣고 방수포로 덮은 셰보레 무개차들과 중곡사포를 끌고 가는 트랙터들, 그 뒤로 말이 끄는 수레에 탄 두 번째 무리”와 같은 문장은 뛰어난 묘사력을 드러낸다. 1945년 베를린 진격은 250만 명의 소련군이 100만 명의 독일군을 공격한 역사상 가장 방대한 규모의 전투였기에 요약하는 문장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괴링의 허영심은 그의 무책임함만큼이나 비웃음을 샀”고, “반짝거리는 눈과 특별히 디자인된 제복의 털 장식이 ‘쾌활한 시장통 아주머니’를 연상시켰다”처럼 짧은 문장을 통해 판단력을 드러내는 내러티브는 저자만의 강점이다.

https://youtu.be/75zfTAMgcf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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