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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발끝이 바다에 닿으면

by 글쓰남 2023.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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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끝이 바다에 닿으면 - 10점
하승민 지음/황금가지

인간과 비인간의 소통을 통해 인류의 미래를 읽다

『발끝이 바다에 닿으면』에서 고래 이드와 소통을 하는 장치인 커뮤니케이터는 아직 현실에서 만들어지지 않은 허구의 장치이나, 동물의 언어를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분석하려는 시도는 지구의 보존과 생명체의 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지구종 프로젝트(Earth Species Project)에서 진행 중이다. 이들은 동물의 의사소통 표현을 수집하여 개별 종과 여러 종 모두에 동시에 적용하면서 보편적인 인간 언어 형태와 겹치는 부분이 있는지, 궁극적으로는 소통의 가능성을 찾아내려 하고 있다. 또한 소설 내용처럼 고래의 의사소통을 해독하려는 시도 또한 MIT와 버클리의 연구팀에 의해 진행중이기도 하다. 저자는 아직 실현되진 않았으나 현재 활발히 개발 중인 연구가 가져올 미래상을 소설에 자연스럽게 녹여냄으로써, 인간과 비인간의 교류가 가져올 희망적 미래를 소설에 담아내려 한다.

냉혹한 고원 티베트에서 푸른 바다 동해까지

『발끝이 바다에 닿으면』은 각기 동해와 티베트라는 공간이 전혀 다른 두 무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소설은 과거 120만 명이나 학살된 티베트의 아픈 기억을 복기하는 한편, 현재도 만연한 중국 정부의 감시와 인권 침탈의 현장을 가감없이 녹여낸다. 반면 동해의 가상 항구도시인 울성에서는 현재도 암암리에 불법 포경이 자행되는 모습을 그리며 잔혹한 포경의 역사를 복기한다. 저자는 이렇듯 전혀 다른 두 공간에서 인간에 의해 자행되는 폭력과 억압의 현장을 그려내면서도, 핍박받는 두 종의 약자(인간과 고래)가 끊임없는 소통과 연대의 과정을 통해 공생과 화합할 수 있는 미래의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

이 외에도 저자는 티베트 탈출민의 증언과 탈출 경로에 관한 자료 조사를 거쳐, 히말라야를 통해 국경선을 넘는 위험하고 고된 여정을 실감나게 소설 속에 담는 한편, 국내에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을 통해 잘 알려진 미확인종인 '52헤르츠 고래'를 소설에 담아내어 미지의 생명체에 대한 호기심을 독자에게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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