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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박근혜의 권력중독 - 의전 대통령의 재앙

by 글쓰남 2016.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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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권력중독 - 10점
강준만 지음/인물과사상사
‘의전 대통령’의 재앙, 대한민국은 어떻게 침몰했는가? 

국민감정에 폭격을 퍼부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박근혜 탄핵’으로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 강준만 교수는 『박근혜의 권력 중독: ‘의전 대통령’의 재앙』에서 박근혜의 패악과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의 본질을 총체적이고 입체적으로 해부한다. 엄청난 범죄와 거짓을 일삼고도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려는 박근혜에 대해 강준만 교수는 그녀가 얼마나 심각한 권력 중독에 빠져 있는지를 파헤친다. 수십 년간 이어져온 박근혜의 권력 중독과 집착은 소름이 돋을 정도였고, 그녀에게 놀아난 대한민국은 급기야 비극의 나락으로 침몰했다. 
이와 함께 강준만 교수는 박근혜에 대해 ‘의전 대통령’의 재앙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강준만 교수가 제시한 ‘의전 대통령’이란 ‘형식상 의전의 직을 갖는 대통령’ 이상의 뜻이 담겨 있다. ‘독자적인 의제와 비전 없이 권력 행사 자체에 의미를 두는 상징 조작’을 뜻한다. 강준만 교수에 따르면, 박근혜는 여성임에도 대통령답게 보이는 의전적 자질의 소유자였다. 타고난 것도 있겠지만, 18년간 청와대에 거주하면서 익힌 의전 감각, 어머니의 사후 5년간 의전상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맡으면서 갈고 닦은 실력이 있었다. 박근혜는 대통령의 비전과 컨텐츠 대신 외적인 ‘의전 자본’을 키우는 데에 필사적인 노력을 해왔기 때문에 국가적으로는 재앙이었던 것이다. 
강준만 교수는 박근혜의 ‘의료 스캔들’ 역시 ‘의전 자본’의 관점에서 봐야 의문이 풀린다고 말한다. 단순한 ‘약물 주사 중독’이 아니라 대통령답게 보이고자 하는 자신의 ‘의전 자본’을 유지하기 위한 본능적 몸부림이었다고 진단한다. 이러한 ‘의전 본능’은 세월호 참사 때 대재앙을 맞게 된다. ‘박근혜의 세월호 참사 7시간 의혹’ 중 일부가 밝혀진 ‘올림머리 손질’이 그것이다. 수백 명의 아이들이 죽어갈 때 박근혜는 머리 손질을 하고 있었으니, 그야말로 ‘의전 대통령’의 대재앙이었다. 



강준만의 제언, ‘박근혜법’과 ‘박근혜 기금’을 만들자

우리는 2년 전 정윤회 문건 폭로 당시 개혁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지만 그걸 놓치고 말았다. 물론 그 실패는 박근혜의 적반하장(賊反荷杖) 공세 때문이었다는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우리를 가슴 아프게 만든 최경락 경위의 말에 그 답이 있다. “너무 길어서 희망이 없어. 싸워서 이길 수가 없어.” 최 경위가 죽기 전 형에게 한 말이라고 한다. 박근혜의 임기가 1~2년만 남았어도 자신의 억울함을 입증하고 경찰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는데, 3년은 너무 길어 어떻게 해볼 수가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렇다. 바로 그거였다. 남은 기간이 너무 길었다! 정권 출범 당시부터 박근혜 정권에 내장되어 있던 ‘박근혜 게이트’에 대해 언론과 검찰이 그간 내내 모르쇠로 일관했던 이유도 남은 기간이 너무 길었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언론과 검찰이 ‘박근혜 게이트’를 열심히 파헤치는 것도 임기 말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언론과 검찰을 포함해 그 누구건 임기 초냐 임기 말이냐 하는 것에 관계 없이 자신의 직무와 관련된 모든 걸 법대로 투명하게 할 수는 없는 걸까?
그렇게 하기 위해 기존 국가운영 패러다임이나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는 말도 옳겠지만, 실천의 구체적 방법론이 있어야 한다. 바로 ‘자유로운 시민 제보자들의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한국이 그 누구건 공익을 위해 자유롭게 제보할 수 있는 사회라면 ‘박근혜 게이트’는 오래전에 발각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결코 그런 사회가 아니다. 언론과 검찰조차 겁을 먹는 대통령 권력과 관련된 비리 의혹을 제보했다간 신세 망치기 십상이라는 게 현실이다. 
우선 이렇게 하자. 재벌 총수들은 박근혜의 요청에 부응해 미르(486억원)·K스포츠재단(288억원)에 모두 774억원을 냈다. 그 돈으로 다른 엉뚱한 일 하지 말고 가칭 ‘공익 제보자 보호기금’을 만들고 ‘박근혜 기금’이라는 이름을 붙이자. 민관(民官)을 막론하고 공익 제보자에 대한 보호를 튼튼히 하는 일련의 법 개정과 더불어 필요하다면 추가 법률을 만들고 이것들에 ‘박근혜법’이라는 이름을 붙이자.
이런 법과 기금이 만들어져 그야말로 자유로운 시민 제보자들의 사회가 만들어진다면, 그 최대 공로자는 그렇게 할 수 있게끔 자극을 준 박근혜이며, 이 점에서 그에게 감사해야 한다. 비록 시작은 불명예에서 비롯된 작명일지라도 궁극적으로 ‘박근혜법’은 ‘김영란법’ 이상 가는 애국이 될 것이며, ‘박근혜 기금’은 한국에 존재했던 그 어떤 재단보다 애국에 기여하는 재단이 될 것이다. 그것은 박근혜라는 이름의 명예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명심하자. 의로운 공익제보로 인해 고초를 겪은 공익제보자들에 대해 토로한 ‘사회적 지지의 환상’을 말이다. “진정한 용기라고 칭송하다가도 곧 식는다. 대부분 안타까워하거나 자책하는 정도이며, 그마저도 잠깐인 경우가 많다”는 말을 새기자. 우리 자신은 물론 전 세계를 감동시킨 역사적인 촛불집회 역시 그런 운명에 처할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하자. ‘박근혜법’과 ‘박근혜 기금’을 만드는 것은 패러다임 전환이나 개헌처럼 어렵거나 갈등을 빚는 성격의 일이 아니다. 이 역사적인 절호의 기회를 맞아 우리의 ‘비겁한 뇌’에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만들어주는 일조차 하지 못한다면, 불명예의 주인공은 바로 우리 자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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