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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바오밥나무와 달팽이

by 글쓰남 2023.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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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밥나무와 달팽이 - 10점
민병일 지음/문학과지성사

시인이자 산문가인 민병일이 ‘모든 세대를 위해’ 쓴 동화 『바오밥나무와 달팽이』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독일 함부르크 국립조형예술대학에서 시각예술학을 공부한 사진작가이자 출판사 편집인, 북 디자이너이기도 한 저자는 그의 전작 『바오밥나무와 방랑자』에서 시적 영감으로 가득한 이야기와 반짝이는 사유의 문장들을 통해 현대인이 잃어버린 꿈과 설렘, 기적과 순간, 열정의 가치를 동화적으로 구현해낸 바 있다. 이번에 출간한 『바오밥나무와 달팽이』는 전작에 이어 서양 미학에 기초한 사유의 향연, 초현실적 꿈이 가득한 메르헨의 세계에 독자들을 초대한다. 저자에 따르면, 속도와 경쟁하는 부산한 삶을 살아갈 때 우리의 영혼은 눈꺼풀에 자물쇠를 채우고 심연으로 꼭꼭 숨고 마는데, 이럴 땐 메르헨이 묘약이다. ‘메르헨’은 “지금, 여기의 조금 낯선 이야기이면서 초현실 세계이고, 초현실이면서 현실을 보다 깊이 각성할 수 있는 삶의 은유”이기 때문이다.
연작 동화 시리즈인 『바오밥나무와 방랑자』 『바오밥나무와 달팽이』 역시 “익숙한 것을 마음에서 추방하고 아직 보지 못한 것, 아직 찾지 못한 것을 찾으려는 초현실적인 방랑의 텍스트”이다. 메르헨 속 방랑자가 끊임없이 무언가를 향해 걸어가고 타자를 향해 건너가듯, 이 책의 등장인물들 역시 저마다의 속도와 방향에서 빛을 내며 머나먼 우주를 여행하고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신호를 보낸다. 전작에 이어 『바오밥나무와 달팽이』에서도 그 크기가 높이 20미터, 둘레 40미터에 이르며 하늘을 떠받치듯 우뚝 솟아 5천 년을 사는 신비한 나무인 인격화된 ‘바오밥나무’가 등장한다. 이번 책에서 바오밥나무는 별이 빛나는 우주를 보고 꿈을 꾸며 먼 곳을 동경하는 숲속의 몽상가 ‘달팽이’의 여행길에 동행한다. 달팽이들은 달팽이답게 살아야 하며 밥이 아닌 꿈을 꾸는 것은 몽상에 불과한데, 숲속의 몽상가 달팽이는 꿈과 이상을 추구하기에 달팽이 세계에서 쫓겨나듯 떠나 ‘파란별’을 찾아 여행길에 오른다. 파란별을 만나면 삶을 반짝이게 하는 빛을 어떻게 내는지, 꿈이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물어보기 위해.

이 책은 바오밥나무와 달팽이가 꿈을 찾기 위해 떠난 머나먼 여행길에서 만난 나누는 대화를 바탕으로 동화 형식의 철학 우화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그 방랑자들은 ‘대초원별을 찾아가는 코끼리’ ‘황금방망이 꼬리털여우’ ‘바람 구두 신은 난쟁이’ ‘카일라스로 간 소리 수집가’ ‘오랜 잠에서 깨어난 네안데르탈인’ 등이다. 그들은 여행과 방랑을 통해 자기 자신으로부터 출발하여 먼 길을 돌아 타자에게로 향한다.
파란별을 찾아 꽃 피는 바다별까지 멀고 먼 여행을 하는 바오밥나무와 방랑자는 마침내 “시간의 풍상에 마모되면서도, 폭풍우에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줄기가 파여 커다란 구멍이 나면서도, 영생을 누리는 나무처럼 헤아릴 수 없는 세월 동안 봄이 오면 푸른 잎을 틔우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 신성한 바오밥나무를 만난다. 살아 있는 것들에게 은신처와 꿀을 제공하는 삶의 거처이자, 어려운 일이 생기면 찾아가 속마음을 털어놓는 정신적 지주다. 달팽이는 대지에 솟아오른 거대한 신전 같은 신성한 바오밥나무는 달팽이에게 “파란별을 왜 찾는 거니?”라고 묻는다. 순간 달팽이의 머릿속에는 파란별을 찾아 떠나온 여행에서 만난 이들과 주고받은 많은 이야기가 주마등처럼 펼쳐지며, “방랑자가 아름다운 건, 방랑이 미지의 생을 빛나게 할 파란별의 의미를 알게 했기 때문이”라는 걸 깨닫는다. 가장 멀리 있으면서도 가장 가까이에 있는 ‘파란별’은 바로 우리 내면의 ‘자기 자신’이라는 친구라는 것을. 『바오밥나무와 달팽이』를 읽는 독자들은 아름답고 정갈하게 닦여 있는 글맛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새로운 발견의 기쁨과 감동을 함께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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