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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당신이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

by 글쓰남 2020.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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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 - 10점
고재욱 지음, 박정은 그림/웅진지식하우스

언제나 오늘이 시작되는 곳,
이곳은 치매 노인들을 위한 요양원입니다

우리나라에는 70만 명의 치매 환자가 살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 열 명 중 한 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셈이다. 치매 환자가 그렇게나 많다는데 우리가 길에서 우연히 치매 환자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 많은 치매 환자는 다 어디로 갔을까. 그들은 조금 멀리 떨어져줄 것, 병원 치료를 그만둬줄 것, 그리고 조용히 죽어줄 것을 강요받는다. 노인들이 요양원을 기피하는 이유는 한 번 들어가면 죽어야만 나올 수 있는 곳이라는 선입견 때문이다. 그리고 슬프게도 그것은 사실이다.

그런가 하면 요양원에는 또 다른 사람들도 있다. 국내 치매 환자 수의 절반가량 되는 34만 명의 요양보호사들이다. 이들은 때로는 치매 노인들에게 이유도 없이 얻어맞기도 하고, 때로는 보호자들에게 자기 부모를 학대하는 사람으로 의심받기도 한다. 거동이 어려운 노인들을 돌봐야 하므로 육체노동 강도도 매우 높고, 그런 만큼 업무 중 재해를 입거나 몸이 혹사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리고 당연히, 최저임금이다. 극심한 육체노동인 동시에 극심한 감정노동을 하는 이들이 바로 요양보호사다.

돌봄을 받는 이들도, 돌봄을 제공하는 이들도, 어느 쪽에도 희망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년째 이곳에서 치매 노인들을 돌보며 희망을 써 내려가는 요양보호사가 있다. 저자 고재욱 작가는 치매 노인들의 암울해 보이는 현실에서 찾아낸 삶의 의미를 담담히 풀어낸다. 한때는 삶의 전부였을 딸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할머니, 일 년째 연락 두절인 아들만을 기다리며 출입문 앞에서 온종일을 보내는 할아버지, 거동도 말도 못하는 어머니 앞에서 왜 빨리 죽지 않느냐고 울부짖는 보호자…, 이 책에 담긴 에피소드들은 온통 아프기만 한데, 어쩐지 책을 읽으며 실컷 울고 나면 간절한 마음으로 행복을 꿈꾸게 되는 이상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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