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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나보코프 단편전집

by 글쓰남 2022.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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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코프 단편전집 - 10점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김윤하 옮김/문학동네

아름다운 문장, 독특한 발상, 깊은 비탄과 마구 터지는 위트까지,
이 모든 것이 얼마나 놀라운지! _존 업다이크

나보코프의 삶에서 채집한 눈부신 문학의 표본들

『롤리타』 『창백한 불꽃』 같은 그의 장편이 20세기의 문학사를 바꿔놓은 탓일까.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실은 뛰어난 단편 작가이며 70편에 가까운 단편을 썼다는 사실은 의외로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나보코프라는 작가에 대해 알고 싶다면 그가 쓴 단편들을 짚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다. 시로 창작활동을 시작한 나보코프가 망명 후 산문의 세계에 발을 디딘 첫 단편 「숲의 정령」부터 마지막 단편 「베인가의 자매」까지, 그의 단편 안에는 한 작가의 문학세계가 완성되어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에서 태어난 나보코프는 혁명으로 임시정부가 붕괴되자 서유럽으로 망명했으며, 이후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여러 나라를 옮겨다니다 미국에 정착했다. 태어난 곳을 떠나 망명자로 살아가는 동안, 그는 작가로서도 계속해서 새로운 변화의 길을 모색했다. 러시아어로 글을 쓰던 그는 프랑스어를 거쳐 종국에는 영어로 작품세계를 쌓아올렸으며, 시로 창작생활을 시작했으나 희곡을 거쳐 소설에 자리잡았다. 언어와 분야의 장을 완전히 바꾸는, 창작자에게는 그야말로 도박과도 같은 도전. 러시아를 떠난 후 태어난 68편의 단편은 나보코프가 치열하게 자신의 세계를 개척해온 경이로운 여정 그 자체인 셈이다.

망명 초기 나보코프는 푸시킨, 고골, 체호프 등 러시아적인 문학 작품과 부닌 등 동시대 망명작가의 작품을 의식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의 작품에는 종종 고국에 대한 그리움(「숲의 정령」 「단어」 등)과 망명자의 삶에 대한 감상(「항구」 「운수소관」 등)이 짙게 묻어나곤 한다. 십 년 넘게 여러 망명 매체에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면서 나보코프는 작가로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다. 그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주제, 즉 죽음과 삶의 경계, 현실과 환상의 관계, 재능과 도덕에 대한 문제 등이 많은 단편에 녹아들어 구현되기 시작한 시기다. 주로 이 시기 「오릴리언」 「피알타의 봄」 「박물관 방문」 등 그의 대표 단편으로 꼽히는 작품들이 탄생했으며, 몇몇 소설은 지금까지도 깊이 연구되고 있다. 미국으로 이주한 1940년 근처로 나보코프는 러시아어가 아니라 영어로 작품을 쓰기 시작했고, 그와 함께 SF적 요소를 시도하거나 언어 퍼즐을 활용하는 등 장르와 기법 면에서도 더 다양한 도전을 시도했다(「보조 제작자」 「징후와 상징」 「베인가의 자매」 등). 이 새로운 시도들은 이후 『롤리타』 『창백한 불꽃』 『아다』 등 20세기 문학사에 남은 대작으로 결실을 맺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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