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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그라이아이

by 글쓰남 2023.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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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이아이 - 10점
김혜빈 지음/문학과지성사

“이것은 세 여자의 성장 이야기다
폭력을 마주한 순간에도, 그들은 어떻게든 자라난다”

2021년 시작되었던 목포문학상 장편소설상이 올해부터 ‘박화성소설상’으로 개칭되었다. 목포시와 ㈜문학과지성사가 공동 주관하는 ‘박화성소설상’은 한국 여성 작가 최초로 장편소설 『백화』를 집필한 박화성을 기리고 그의 문학적 열정을 잇는 작품을 선정하기 위해 두 달간의 치열한 심사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수상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와 동 대학원 서사창작과를 졸업한 김혜빈으로 202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 부문에 당선된 데 이어 신춘문예와 문학상을 연달아 수상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단 세 장의 시놉시스만으로 이목을 이끈 작가 김혜빈은 참신한 주제 선정과 신인이라고 하기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박진감 있는 전개로 마지막까지 심사위원의 마음을 붙들었다. 장편소설 『그라이아이』는 아일랜드 이탄지에서 한국계 미라의 머리가 발굴되었다는 “이 작품의 인상적인 도입부를 잊지 못”(소설가 이기호)한다는 평과 함께 각 부가 전개될수록 점차 선명하게 확장되는 주제의식에 힘을 입어 “폭력에서 돌봄에 이르는 주제를 문제적으로 부각”(문학평론가 복도훈)시킨다는 찬사와 함께 2023년 박화성소설상을 거머쥐게 되었다.
이 책의 제목 ‘그라이아이’는 그리스어 ‘그리아이아이(Γραῖαι)’에서 비롯된 것으로 ‘하얀’ ‘늙은 여자’ ‘노파’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날 때부터 백발이었던 그리스로마신화 속 세 자매를 지칭하는데 각각 눈과 치아가 하나뿐이어서 번갈아가며 사용해야만 했던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늙어버린 소녀’라는 점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식과도 맞닿아 있다. 작품 속에서 자매들, 즉 여성 인물들은 아직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채 사회와 집단에 의해 끊임없이 규정되고 자신의 정체성부터, 욕망, 꿈, 미래까지 위협받는 상황에 이른다. 이는 우리의 선조이자 머리만 발견된 미라, ‘백희’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친구로부터 존중받지 못하는 주나, 가족으로부터 외면당해온 영현 그리고 손가락이 여섯 개라는 이유로 끊임없이 자신의 삶에서 도망쳐야만 했던 백희와 그 딸들까지 이 책의 제목이 『그라이아이』일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이유가 소설 속에 촘촘하게 담겨 있다.

https://youtu.be/k5jNPMZes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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