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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강물과 나는

by 글쓰남 2023.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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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과 나는 - 10점
나태주 지음, 문도연 그림/이야기꽃

강물과 나는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을까?

1. 책을 펼치면
푸른 숲 사이로 흐르는 강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습니다. 첨벙첨벙 헤엄도 치고 족대로 물고기를 몰기도 합니다. 무리 중의 한 아이 문득 고개를 돌립니다. 강물에 비친 무엇이 아이를 불렀을까요? 징검돌에 걸터앉아 가만히 들여다보니, 찰랑이는 물 위로 나무 그림자, 산그늘, 흰 구름 몇 송이, 물속에 조그만 물고기 몇 마리 어른거립니다. ‘예쁘기도 해라...’ 데려가고 싶었나 봅니다. 강물에 비친 하늘 한 자락 바가지로 퍼 올리고, 흰 구름 한 송이, 물고기 몇 마리, 새소리도 몇 움큼 건져 올렸습니다.
친구들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것들을 데리고 한참 동안 고요히 혼자 걸으며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믿음이 서질 않습니다. ‘이것들을 기르다가 공연히 죽이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나.’ 아이는 걸음을 돌려 다시 강가로 달려갑니다. 강물로 들어가 그것들을 강물에 풀어 넣습니다. 물고기와 흰 구름, 새소리 모두 강물에게 돌려줍니다. 그 예쁜 것들이 원래 있던 자리입니다. 있어야 할 자리입니다.
아이가 강가에 앉아 강물을 바라봅니다. 강물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잔잔히 흘러갑니다. 낮 동안의 첨벙임도, 첨벙임이 일으켰던 물결들도, 아이들 웃음소리도, 잠시 그곳을 떠났던 물고기 몇 마리, 흰 구름 한 송이, 새소리 몇 움큼도 모두 제 자리로 돌아가 강가엔 다시 고요가 흐르고 있습니다. 아이는 느낍니다. ‘강물과 나, 친구가 된 것 같아.’ 그렇습니다. 친구가 된다는 건. 흠뻑 같이 놀고, 친구는 친구의 자리에, 친구의 것은 친구에게로, 친구는 친구대로 흘러가도록... 저물어 아이는 집으로 돌아가고 사람이 떠난 자리, 저녁 물고기가 퐁퐁 솟구쳐 오르고 산짐승이 찾아와 목을 축입니다. 강물엔 이제 노을빛이 내려앉았습니다.

2. 책을 닫고서

생각해 봅니다. 강물이 필요하나 강물을 더럽히는 우리는, 강물 없이 살 수 없지만 강물의 길을 막고 강물이 지닌 것을 빼앗으며 사는 우리는, 강물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친구가 되어 친구를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짐승과 다른지라 자연의 방식대로 살 수 없으니, 살기 위해 자연을 거슬러 사람의 방식을 만드는 것이 사람이지요. 바꾸어 말하면, 거스를 자연이 망가지면 살 방도도 없어지는 것이 또한 사람이라는 뜻이니, 관계 자체가 딜레마인 것이 자연과 사람, ‘강물과 나’인 듯합니다. 그렇다면 강물과 나는 친구가 될 수 없는 걸까요?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그림책이 말해 주고 있습니다. 그림책 속의 아이가 알려주고 있습니다. 돌려주면 된다고요. 감당할 수 없다면, 필요 이상이라면, 아무리 예쁘고 아무리 갖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 ‘아이마음’일 겁니다. 여러 성현들이 가르쳐 준 바 ‘궁극의 인격’으로서의 ‘동심’. 생명을 경외하는 마음, 필요 이상을 탐하지 않는 마음. 물고기와 흰 구름과 새소리 모두 강물에게 돌려주는 마음...

3. 시와 노래와 그림책
그림책 《강물과 나는》은 이야기꽃의 노래와 함께하는 그림책 - ‘노래와 그림책’ 시리즈 가운데 하나입니다. ‘풀꽃’의 나태주 시인이 쓴 시를 듀오 솔솔이 노래로 만들고, 작가 문도연이 그림책으로 만들었습니다. 시가 노래가 되고, 노래가 그림책이 되는 아름다운 이어짐, 시인과 음악가와 그림책 작가 모두가 같은 마음이어야 가능한 일이겠지요. 물고기와 흰 구름과 새소리, 그리고 강물과 친구가 되는 마음 말입니다.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시인이 되고 음악가가 되고 그림책 작가가 되는 걸까요?
그 마음으로 쓴 시의 행간에 담긴 순정한 이미지를 고스란히 불러내 그림으로 옮겼습니다. 동심만큼이나 순한 가락과 맑은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이 그림책을 넘기다 보면, 어느덧 맑은 날 강가에 나가 흐르는 물에 발을 적시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책 뒤표지에 인쇄된 큐알코드를 통해 노래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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