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도서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글쓰남 2018. 4. 2.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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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 10점
모에가라 지음, 김해용 옮김/밝은세상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는 일본의 평범한 샐러리맨 모에가라(燃え殼, 필명)가 트위터에 올리기 시작한 글이 9만 명이나 되는 팔로워로부터 폭넓은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내며 단행본으로 선을 보이게 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트위터에 140자씩 글을 써서 올리다보니 ‘140자 문학’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문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적도 없는 평범한 샐러리맨이 심심풀이로 써서 올린 글이 대중들로부터 주목받기란 그리 쉽지 않음에도 커다란 화제를 불러 모으자 일본의 각종 매스컴들도 비상한 관심을 보이며 인터뷰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트위터에 올렸던 글을 2016년 2월부터 8월까지 웹사이트 <cakes>에 내용을 보완해 연재한 끝에 단행본으로 출간하게 되었다. 독자들의 열광적인 반응 속에서 초판본이 너무 일찍 동나는 바람에 많은 서점들에서 품절사태를 빚기도 했다. 평범한 샐러리맨이 쓴 소설답게 잘난 체하거나 과장하지 않는 표현이 매력이며 서정성이 뛰어난 문장으로 주인공이 살아낸 시간과 사는 동안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숨결과 향기를 풀어헤쳐놓고 있다.

사람들은 말한다. “아마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그대로 쓰면 정말 재미있는 소설이 될 거야.”라고. 누구나 자신이 경험한 생을 한편의 소설로 써낼 수 있다. 다만 자신의 경험이 그야말로 흥미 있는 이야기, 다양한 독자들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소설이 되려면 기본적으로 재미도 있어야 하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는 주인공의 화려하거나 빛나는 삶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중견회사의 간부사원이 된 현재까지 주인공의 삶은 오히려 지극히 평범했다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이 트위터에서 9만 명이나 되는 팔로워를 양산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받은 이유는 화자가 전하는 이야기에 동시대를 산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과 지지를 보낼 수 있는 빛깔과 분위기가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추억이 실타래처럼 풀려나오는 이야기에 독자들은 열광했고, 수많은 명망가들도 찬사의 대열에 합류했다. 

화자가 살아온 삶 속에는 8,90년대의 빛깔과 숨결이 깃들어 있다. 초등학교 시절 원형탈모증 탓에 머리카락과 눈썹이 모두 빠지는 바람에 아이들에게 온갖 수모와 따돌림을 당하고, 고교 시절에는 부모님의 실수로 부잣집 아이들만 다니는 사립학교에 들어가 친구 없이 홀로 겉돌고, 대학교 들어갈 실력이 되지 않아 전문학교에 들어가 아무런 열정도 없는 시간을 보내고, 졸업 후에는 취직할 회사가 없어 과자공장 생산라인에서 포장작업을 하기까지 화자의 삶은 애잔하다는 말이 너무나 잘 어울릴 만큼 불운의 연속이었다.

화자가 힘겨운 나날들을 좌절하지 않고 견뎌낼 수 있었던 건 더없이 외로웠던 그를 따스하게 감싸주며 위안을 안겨준 사람들 덕분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환락가에서 도시락 배달을 하던 그를 무척이나 귀여워하며 찢어진 교과서를 셀로판테이프로 말끔하게 붙여주었던 스트립걸 나오미 누나, 수다스럽지만 따스한 인간미를 물씬 풍겼던 에클레어 공장의 나나미, 생을 바꿔보려는 결심을 하게 만들어준 가오리, 언제나 동고동락하며 회사의 발전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았던 동료 세키구치, 눈길에 바이크를 타고 달리다 넘어졌을 때 손수건으로 다친 상처를 감싸주었던 야쿠자 형님, 도시의 화려한 네온사인이 들이비치는 방에서 비록 몸을 팔며 살아가지만 당당하고 밝았던 수와의 만남은 그가 외롭고 힘든 생의 틈바구니에서 좌절하지 않고 살아올 수 있었던 용기와 힘의 바탕이었다. 고통을 겪어본 사람만이 타인의 아픔을 헤아릴 수 있다는 말이 실감나는 부분이다. 사람들이 내밀어준 따스한 손길 덕분에 화자는 다시 힘을 내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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