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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희생양의 섬 / Sacrifice

by 글쓰남 2017.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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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양의 섬 - 10점
샤론 볼턴 지음, 김진석 옮김/엘릭시르

『희생양의 섬』은 영국 북부에 위치한 셰틀랜드제도를 배경으로 한다. 15세기까지 노르웨이의 영토였고 영국 본토와도 거리가 있는 탓에 독자적인 문화를 현재까지 고수하는 지역이다. 백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셰틀랜드제도에서 가장 큰 메인랜드 섬의 중심 도시 러윅에마저 고작 칠천 명가량의 인구가 살 뿐이라, 사람보다 자연이 득세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주인공 토라 해밀턴은 셰틀랜드제도 출신인 남편을 따라 이곳으로 이사 온 ‘이방인’이다. 그녀는 섬 주민들이 자기네들끼리 똘똘 뭉친 지역사회에 침입한 이방인을 어떻게 배척하는지 피부로 느끼면서도 의연하게 산부인과 의사로서 자신의 일을 수행한다. 취미로는 요트 타기와 승마를 즐기며 세 마리의 말을 직접 키우고 있다. 그러던 중 아끼던 말 한 마리가 죽었다. 토라는 그녀만의 애도 방식으로 말을 집 앞마당에 직접 묻기 위해 땅을 파다가 리넨 천에 둘둘 싸인 시신을 발견한다.


주택가 마당에 시신이라니? 토라는 놀라는 동시에 호기심이 발동하여 시신의 부검 과정에 참여한다. 그리고 끔찍한 사실을 알아낸다. 시신은 이삼십 대의 여성으로, 죽기 일주일 전 출산을 했으며 아기에게 수유까지 했으나 갈비뼈를 부러뜨릴 정도의 거친 손으로 심장을 적출당해 사망했다. 그리고 그녀의 등에 날카롭게 새겨진 세 개의 룬문자. 토라는 시신에 남은 처참한 흔적에 분노하지만 경찰은 이 시신이 고대 미라인 양 사건을 축소시키려 한다. 하지만 발톱에 매니큐어를 칠한 고대인이 있을 수 있나? 이에 토라는 경찰 대신 직접 수사에 뛰어든다. 시신의 등에 새겨진 룬문자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그녀가 낳은 아기는 어디로 갔을까?



룬문자는 고대 게르만어의 글자로, 라틴어 알파벳으로 대체되기 전까지 고대 유럽에서 널리 쓰였다. 라틴어 알파벳을 사용하게 된 후에도 룬문자는 장식적, 주술적인 목적으로 유럽 곳곳에서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피해자는 어째서 룬문자를 등에 진 채 죽어야 했을까?

토라는 실종자 목록, 사망자 목록, 출생 목록을 뒤지다가 삼 년마다 반복되는 이상한 패턴을 발견하고, 셰틀랜드제도의 독자적인 역사와 문화가 살인 사건의 제의적인 특징과 관련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토라가 수사를 진행하면 할수록 그녀를 저지하려는 듯 시시각각 위협의 손길이 뻗쳐 온다.


영국 본토와 멀리 떨어져 마치 다른 나라 같은 분위기를 가진 외딴섬, 지역사회의 요직을 차지해 똘똘 뭉친 남성들, 외부인에게는 발설하지 않는 그들만의 비밀. 외부인이자 여성인 토라가 이 커다란 장애물을 넘어 진실을 획득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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