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도서

춤추는 식물 - 시인, 과학자, 사상가를 유혹한 식물 이야기

by 글쓰남 2018. 6. 14.
반응형
춤추는 식물 - 10점
리처드 메이비 지음, 김윤경 옮김/글항아리

영국의 베스트셀러이자 식물학 바이블로 손꼽히는 『대영 식물 백과사전』을 집필한 리처드 메이비가 식물의 인문학, 과학, 문화사의 총체라고 할 만한 종합적인 저술을 내놓았다. 원제가 ‘식물의 카바레’인 이 책은 식물을 무대 중심에 올려놓고 인류와의 접경지대에서 펼쳐진 그들의 눈부신 활약을 드라마틱하게 추적한다. 분야는 에세이지만 정보가 많아 곱씹으며 읽어야 할 책이다. 

구석기 동굴 벽화에 나타난 식물의 존재부터 미모사가 어떻게 ‘지능’을 이용해 학습하는지에 대한 최신 연구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식물과 마주한 순간을 되짚어본다. 그리고 역사, 문학, 과학, 식물학, 문화의 교차점 그 중심에 놓인 식물을 소개한다. 이 과정에서 중세 시대의 의사와 주술사, 빅토리아 시대의 계몽주의 사상가와 시인 및 작가, 근대 미술계를 이끈 화가들이 등장해 식물과 함께 춤을 추며 인류의 역사와 문화를 꽃피운다. 이로써 식물을 중심으로 인류사를 돌아보는 종적 연구와 세계 곳곳, 학문의 각 분야마다 등장하는 식물에 대한 횡적 연구를 오가는 지적 여정을 선보인다.


자연 그 자체에서 농작물로, 종교적인 숭배 대상까지 

인류사에 등장한 식물의 변천사


4만 년 전 구석기인들이 그린 동굴 벽화에는 질주하는 말, 사냥당하는 들소 등의 동물을 비롯해 물리 세계 너머의 추상적인 개념까지 등장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식물의 이미지는 드물다. 예나 지금이나 식물은 동물과 인류의 생존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서 이러한 식물의 부재는 여러 인류학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는 동굴 벽화의 이미지를 구석기인들의 사유의 결과물로 해석했다. 즉, 식물은 자연 그 자체의 존재였기에 예술 작품에 등장하지 않는 것이다. 식물의 개념이나 이미지가 문서 기록이나 예술 작품에 등장한 것은 자연에 대하여 인간이 고립과 소유의 개념을 형성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야생 그대로의 자연이라 여기던 식물은 구석기 시대가 끝나고, 농경이 시작되면서 인류의 세계로 들어오게 되었다. 

주목이라는 나무가 있다. 중세 시대에 오래된 주목의 존재는 신성 모독이라 여겨지기도 했다. 교회 건물 옆 거대한 주목을 신령한 존재로 모시며 따르는 신도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들은 늙은 주목이 교회 가까이에서 자란다는 사실은 고대 종교가 번성했고, 기독교 교회가 나무를 숭배하던 장소를 전용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것이 뉴에이지 신화의 기원이다. 나무의 연대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던 시절에 그 둘레와 높이로 추정된 나무의 나이는 인류의 역사와 신의 존재를 의심하게 하는 데 충분한 근거가 되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