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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축복 - 켄트 하루프

by 글쓰남 2017.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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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 - 10점
켄트 하루프 지음, 한기찬 옮김/문학동네
보편적이면서도 진실된 인간 감정을 포착해 군더더기 없는 문체로 삶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작가, 켄트 하루프. 그는 삼십여 년의 작가 인생에서 단 여섯 편의 장편소설만을 남긴 과작의 작가이지만, 그럼에도 그의 작품은 어니스트 헤밍웨이, 코맥 매카시, 리처드 포드, 애니 프루의 작품에 비견되어왔다. 특히 하루프는 우리가 채 알아차리기도 전에 지나가버리는 평범한 매일의 삶을 뛰어난 감성과 통찰력으로 그려내는 데 뛰어난 작가로, 어슐러 K. 르 귄은 “일상적 형태의 사랑―계속되는 좌절, 충실함에 드는 장기적인 노력, 매일의 애정이 주는 편안함―을 탐구하는 용기와 성취로는 내가 아는 그 어떤 동시대 소설도 하루프의 작품을 능가할 수 없다”는 찬사를 보냈다.



『축복』은 켄트 하루프가 2013년 발표한 다섯번째 소설로, 그의 다른 모든 소설과 마찬가지로 콜로라도 주에 위치한 가상의 마을 홀트를 배경으로 한다. 홀트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는 77세의 대드 루이스가 시한부 선고를 받고 결국 생을 마감하기까지 한 달 남짓한 기간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 이 소설은 출간 당시 아마존 이달의 책, 셀프어웨어니스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폴리오 프라이즈 최종 후보에 올랐다. 또한 『플레인송』 『이븐타이드』와 함께 ‘홀트 3부작’으로 불리며 동시대 미국을 그린 걸작으로 평가받았다.

“축복이 고르지 않게 내리는 것 같군요.”
“그래요, 목사님. 알고 보면 많은 일들이 고르지 않은 축복이지요.”

어느 여름날, 대드 루이스는 자신의 온몸에 암이 퍼졌다는 사실을, 이 여름이 끝나기 전에 자신이 생을 마감하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열다섯 살에 부모의 집에서 도망치듯 나와 홀트의 철물점에서 일을 시작하고, 아내 메리를 만나고, 철물점 주인이던 노인으로부터 가게를 넘겨받아 새 주인이 되고, 딸 로레인과 아들 프랭크를 키우며 거의 평생을 이 마을에서 살아왔다. 진통제로 고통을 덜어주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지금, 메리는 아버지의 곁에 있기 위해 홀트로 돌아온 로레인과 함께 대드를 간호하며 그와 함께하는 마지막 나날을 보낸다.
평생 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대드이지만, 죽음을 앞두고 나니 회한과 후회가 없을 수 없다. 애착을 갖고 꾸려온 철물점을 앞으로 누가 운영할지도 걱정되고, 교통사고로 딸을 잃은 로레인이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하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열여덟 살에 집을 나가 이제는 연락조차 닿지 않는 아들 프랭크. 동성애자인 그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이, 자기도 모르게 그 아이를 때렸던 것이, 그 아이가 커피를 좋아하는지 아닌지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후회스럽기만 하다.

대드의 삶은 마지막을 향해 나아가지만, 홀트에 사는 다른 누군가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도 한다. 대드의 옆집에 살기 시작한 아홉 살 앨리스는 엄마가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난 후 할머니와 함께 살기 위해 홀트로 온다. 로레인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 애쓰는 앨리스를 살뜰히 챙기고, 대드는 옆뜰이 보이는 거실 의자에 앉아 앨리스가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지켜보곤 한다. 퇴직한 교사 에일린과 엄마 윌라 존슨도 앨리스와 나이를 초월한 우정을 쌓아간다. 이들 이웃들 모두 대드와 그를 간호하는 메리와 로레인에게 큰 힘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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