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진하는 밤 - 김소연 지음/문학과지성사 |
“온갖 주의 사항들이 범람하는 밤에게 굴하지 않기”
깊고 두텁게 덧칠된 밤의 풍경과 사유를 지나,
끝나지 않는 끝이 계속되면서 끝을 향해 가는 시
시인 김소연의 여섯번째 시집 『촉진하는 밤』이 문학과지성사 시인선 589번째로 출간되었다. 전작 『i에게』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시집이자 1993년 『현대시사상』에 「우리는 찬양한다」 등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인의 데뷔 30주년에 나오는 시집이라 특별함을 더한다.
김소연 시인의 시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새 시집의 출간 소식에 반가움이 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내가 김소연 시인의 시집을 이렇게나 기다리고 있었구나.’ 30년이라는 시간 동안 여섯 권의 시집을 펴내는 그 천천한 속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의 시는 읽기 좋은 시를 넘어 찾아 읽는 시라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그의 시를 통해 특별한 장소에 들게 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극에 달한 내면이 기댈 곳(『극에 달하다』), 한낮의 빛 뒤에 어리는 그림자를 만나는 곳(『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 사람의 울음을 이해하는 자의 순교의 자리(『눈물이라는 뼈』), 애도를 멎게 하는 자장가가 들리는 곳(『수학자의 아침』 ‘시인의 말’). 그러니 한없이 작아진 자신의 극에 달한 내면과 존재의 비의를 마주하고 울음과 애도 속에 놓여본 이라면, 그런 이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는 이라면 김소연 시인의 시로 새롭게 발생된 자리를 기다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시력 30년의 한가운데서, 1996년에 출간한 첫 시집 『극에 달하다』의 ‘시인의 산문’의 한 문장으로 다시 돌아가보는 것은 그 때문이다.
내가 이 시대에서 얻었던 상처(傷處)들을, 그 상(傷)함의 거처(居處)들을 ‘적(迹)’으로 환치시키기 위하여 나는 시를 썼다.
첫 시집 ‘시인의 산문’이 “오늘도, 여전히, 끝이 보이는 맑은 날이다”라는 문장으로 맺고 있거니와, 김소연 시에 드러난 상처의 흔적을 더듬다 보면 거기 어디쯤엔가, 끝이 보이는 것도 같다. 그러나 지금 여기는, 여전히, “촉진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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