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도서

집단감성의 계보 - 동아시아 집단감성과 문화정치

by 글쓰남 2017. 11. 19.
반응형
집단감성의 계보 - 10점
최기숙 외 지음/앨피

문자화되지 않은 감성이 그려내는 ‘큰 그림’ 

문자화되지 않은/문자화되지 못한 감성은 우리의 역사와 현실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우리 인간과 사회의 정체성과 삶, 상호작용에 실질적인 힘을 발휘했을까? 감성 연구는 신자유주의를 정면으로 통과하고 있는 현대 한국사회와 세계화 시대에 인문성의 역할과 회복을 재성찰하는 인문학의 역할과 맞닿아 있다. 이는 단지 역사와 사회, 개인의 의미를 풍성하게 하는 차원을 넘어, 시대와 역사가 외면한 의미를 부활시켜 상생과 공생의 문법을 찾는 일이기도 하다.


동아시아만의 감성, 동아시아의 정치와 규율 

새로운 사회의 변화가 요구하는 새로운 인문학을 ‘사회인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인문학의 사회성 회복을 도모해 온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감성팀’의 세 번째 연구서이다. 감성 연구를 매개로 인문과학과 사회과학을 통섭하면서, 이를 한국학으로 재구성하려 노력했다. 무엇보다 집단감성의 역사적 형성과 영향을 일종의 계보학적 관점으로 재구성하면서, 동시에 한국을 중심으로 ‘동아시아’라는 지역적 관점을 접목시켰다는 점이 이 책의 특이점이다. ‘집단감성’과 ‘계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이 책은 특히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를 이어 매는 특징적 감성들을 ‘무시와 혐오’ ‘부끄러움과 트라우마’ ‘좌절과 모멸감’ 등으로 세분하고, 이 같은 감성들이 어떻게 동아시아의 특징적 집단감성과 정치 및 사회제도로 구성되었는지를 탐구한다.



지식인과 여성, 비극적 사건과 진정성 

책의 1부에서는 한국에서 계몽적 지식인이 출현하기 시작한 근대 초기부터 식민지 시기, 5·18, 최근 세월호 참사의 경험에 이르기까지 특정한 역사적·사회적 계기에 대해 한국의 집단감성이 어떻게 작동하며 이어졌는지를 계보학적으로 탐구했다. 근대 계몽의 도구로 기능한 신문의 논설란을 통해 지식의 권력화와 지식인의 역할을 성찰하고, 식민지 시기 신문에 실린 여성범죄 기사를 분석하여 여성이 처한 역사적·사회적 모순을 검토한 식이다. 강풀의 만화 <26년>을 5·18 피해자들의 집합기억으로 구성하며, 세월호 참사까지 이어진 ‘부인의 감정생태계’를 뛰어넘는 의식적인 피해자-방어자 동맹을 제안한 글도 눈에 띈다. 최근 미디어에서 진정성을 매개로 한 자기 전략을 일종의 감성팔이로 간주하는 시선을 비판적으로 조명한 글의 주제 감성은 ‘좌절과 모멸감’이다.


음식·아버지·소송·드라마·촛불 

책의 2부에서는 집단감성이 작동되는 문화정치 방식을 한국과 중국의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 동아시아 집단감성의 정치화와 제도화 과정의 실체를 규명한다. 중국 명대 여성 지방관과 명태조의 이야기를 통해 복식과 음식이 어떻게 정치적 역할과 기호로 기능하게 되었는지를 탐구한다. 남성 중심의 중국 고전문학사에 역설적으로 아버지 이미지의 부재 이유를 추적한 글도 있다. 15세기 조선의 형사소송 사건, 1970년대 텔레비전 드라마 검열, 2016년 촛불시위를 통해 감성의 정치화와 제도화를 살핀 글들은 감성이 어떻게 시대와 역사, 사회를 성찰하는 매개가 될 수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논증한 좋은 예들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