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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행성에서 너와 내가 - ![]() 김민경 지음/사계절 |
연초만 해도 뭔가 SF적인 느낌이 날 것만 같은 2020 새해였는데, 본의 아니게 이 새봄에 정말 그런 광경들이 연출되고 있다. 물론 디스토피아 아포칼립스물이라는 게 문제지만. 코로나19로 모든 사람들의 일상에 이런 급격한 변화가 찾아올 줄 과연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현실이 소설을 넘어선다는 말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하는 말일 것이다. 사계절1318문고 123번 김민경 장편소설 『지구 행성에서 너와 내가』(이하 『지구 행성』)엔 ‘상전이’(相轉移, phase transition)라는 단어가 나온다. 원래는 물리학 용어로, 기체가 온도에 따라 액체나 고체로 변하면서 새로운 특성이 생겨나는 것처럼 온도나 압력 같은 외부 조건에 의해 ‘상’(相)이 바뀌는 걸 말한다. 과학 담당인 새봄이와 지석이의 담임 선생님은 세월호 참사 4주기 즈음 수업 시간에 이렇게 말한다.

“나는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의 상전이라고 생각해. 상전이가 생기기 전과 후는 달라. 그만큼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고 지금도 지속되고 있어. 한쪽에서는 그만하라고 하지만, 어쩔 수 없어. 상전이가 일어나기 전으로 되돌릴 수는 없어. 세월호는 아마 계속해서 우리 사회, 우리 국민들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파도칠 거야.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과 애써 무시하는 사람이 있을 뿐. 그러면 우린 어떻게 하면 될까? 상전이의 변화를 인식하고 방향을 잘 이끌어 가면 돼. 그러려면 기억해야 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돼?”-8장. 내 삶의 상전이(95쪽)
한국전쟁은 우리 역사의 상전이이고, 제2차 세계대전은 세계사의 상전이인 것처럼,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상전이라는 것이다. 코로나19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지금 전 지구가 겪는 상전이의 중심에 서 있다. 그래서 지금 이 현실을 잘 인식하면서 변화의 방향을 이끌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지구 행성』은 우리에게 여러 모로 시사점을 안겨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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