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엄마 학교 - 제서민 챈 지음, 정해영 옮김/허블 |
2022년 12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올해의 책’ 리스트를 발표한다. 압둘라자크 구르나(2021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조지 손더스(2017년 부커상 수상작가), 제니퍼 이건(2011년 퓰리처상 수상작가) 등 기라성 같은 작가들의 작품 사이로 어느 신인작가의 작품이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그 책은 《뉴욕 타임스》, 《뉴요커》, 《타임》, 《NPR》을 비롯한 유력 매체의 ‘올해의 책’에 연달아 선정되었고, 앤드루 카네기상, 펜/헤밍웨이상, 존 레너드상 등에 노미네이트되며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무명에 가까운 신인작가에서 단숨에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소설가가 된 제서민 챈(Jessamine Chan)이 장편소설 『좋은 엄마 학교』로 국내에 첫선을 보인다.
『좋은 엄마 학교』에서 작가는 크고 작은 아동보호법 위반을 저지른 엄마들을 가둬놓고, 실제 자녀와 거의 흡사한 인공지능 ‘인형’으로 교육하는 ‘엄마 학교’를 배경으로, 모성은 정말 본능인지, ‘좋은 엄마’란 어떤 엄마인지 잔혹하고, 우스꽝스럽고, 서늘하게 질문한다. 그곳에서 엄마들은 기저귀 갈기, 먹이기, 재우기 등 육아 기술부터 ‘불가능 없음’, ‘욕망 없음’, ‘자아 없음’ 등 사회에서 엄마에게 요구하는 터무니없는 덕목까지 교육받고, 평가받고, 강요받는다. 책의 추천사를 쓴 영화감독 김보라의 표현처럼, 독자는 그 과정에서 학교의 요구에 부당함을 느끼는 동시에 “엄마들이 교육과정을 무사히 마쳐 딸을 되찾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는 아이러니를 경험한다”.
작품의 주인공 ‘프리다 류’는 많은 면에서 작가 제서민 챈이 투영된 인물이다. 여성으로서, 동양인으로서 겪은 차별, 대학교수였던 양친, 대학에서 논문 요약본 편집자로 일한 경험, “달처럼 동그란 얼굴”.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로서 딸 ‘룰루’를 낳고 기르며 느낀 감정이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문학전문 매체 《리터러리 허브》(Literary Hub)와의 인터뷰에서 챈은 출간 5년 전 소설의 초고를 완성했으나, “딸이 태어난 후 처음부터 다시 쓸 수밖에 없었다”라고 밝혔다. 생후 18개월 된 유아의 발달단계에 대한 묘사부터, ‘육아 노동’에 지쳐 사랑하는 딸에게 스치듯 느끼는 미움까지. 『좋은 엄마 학교』는 작가가 자신의 삶을 온전히 바쳐 몸으로 쓴 ‘첫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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