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읽을 거면 읽지 마라 - 다오얼덩 지음, 김영문 옮김/알마 |
국내 최초 소개, 논란의 작가 다오얼덩
“고전은 좋아해도 그만 싫어해도 그만이다”
이 책의 중국어 제목은 《不必讀書目》이다. 즉 《읽을 필요가 없는 도서 목록》이라는 뜻이다. 책 제목이 왜 이럴까?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의 목록을 작성한 건 누구의 생각이고, 왜 설명까지 붙여서 출간을 한다는 말인가? 궁금하다면 중국 논단에서 가장 뛰어난 작가 중 한 사람으로 불리는 다오얼덩에게 여쭈면 된다. 그의 문장에는 언제나 수많은 비수가 숨어 있다. 요점을 찌르는 비평, 핵심을 파헤치는 분석.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논란의 중국 작가 다오얼덩은 말한다. “《논어》를 읽지 마라. 이백의 시도 마찬가지. 우리는 남의 불행을 즐기고 마음속에는 이미 병법서가 있으므로 《손자병법》을 굳이 읽을 필요가 없다”고.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신은 이미 50여 권의 경전을 읽은 거나 마찬가지다.
차라리 안 읽는 게 낫다
산해경, 좌전, 노자, 논어, 맹자, 장자, 손자를 비롯하여 정관정요, 서유기, 삼국지, 수호전, 홍루몽 등등, 이 책에서 다루는 작품들은 고전으로 분류되는 저작들이다. 이런 고전을 읽지 말라니? 이 묵직한 작품들은 우리가 ‘반드시 읽어야 할 도서 목록’이 아닌가! 다오얼덩은 아주 훌륭한 병법서인《손자병법》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손자병법》은 훌륭한 전쟁 교재다. 하지만 왜 《손자병법》을 읽지 말아야 하는가? 읽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모든 사람이 병법가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병법이 성행하는 사회에서 병법을 모르는 사람은 일찌감치 유전자를 하느님께 반납하고 철저하게 사라져야 할 것이다.” 맞다, 우리는 이미《손자병법》을 읽을 필요도 없이 남을 불행으로 몰아넣는 갖가지 지혜를 갖고 있지 않은가?
읽으려면 알고 읽어라
《이렇게 읽을 거면 읽지 마라》는 단순히 고전을 즐겨 읽는 독자를 설득하기 위한 책이 아니다. 또한 ‘읽지 말라’고 권유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독서를 방해를 하려는 의도는 더더욱 아니다. 다오얼덩은 독자들이 고전을 읽어야 하는지 읽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 “어떤 고정된 태도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힌다. 그는 어떤 방식이 유일하게 정확한지 말하지 않으며, 다만 몇몇 태도와 독서 방식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이 책은 역사의식이 결여된 채 시대착오적으로 고전이 유익하다고만 말하는 경향을 지적하며, 고전 안에는 우리의 사고를 쉽게 혼란시키는 함정들이 그 훌륭함에 가려져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과 중국의 전통문화는 비슷한 점이 있고 현대 사회로 들어선 이후, 문화적 측면에서도 비슷한 곤혹감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이 주는 의미와 시의時宜는 매우 타당하다. 고전을 어떤 단일한 관점으로 찬양하거나 비난하기는 어렵다. 그것은 이미 우리 정신의 바탕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사이에서 활동하고 판단하며 또 그것을 바탕으로 사물을 이해하고 미래를 상상한다. 고전은 좋아해도 그만이고 싫어해도 그만이다. 아무도 자신의 출발점을 바꾸지 않는다. 다오얼덩은 무조건적인 고전 읽기에 대해 그것을 낡은 견해라 비판하며 진정 불만스러운 건 바로 요즘 사람들의 태도이지, 내용이나 생각은 아니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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