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 너머의 한국 고대사 - 젊은역사학자모임 지음/서해문집 |
역사인 듯 역사 아닌 사이비역사학
이 책에서 주요 비판의 대상으로 삼은 사이비역사학은 ‘역사학과 비슷하게 보이기 위해 흉내를 내지만 학문의 본령에서는 벗어난 가짜 학문’이자 가짜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유사類似역사학’, 혹은 ‘의사擬似역사학’이라 부르기도 한다. 어떻게 지칭하든 대상을 학문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의미는 동일하다.
우리나라의 사이비역사학은 ‘쇼비니즘chauvinism’과 밀접하게 결합돼 있다는 점에서 특히 큰 위험성을 안고 있다. 사이비역사학은 위대한 역사와 거대한 영토를 강박적으로 선호하며, 이를 윤리적 당위로 제시한다. 여기에 조금이라도 회의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에는 ‘친일 식민사학’이라는 낙인과 함께 공격을 가한다. 상대를 친일파라는 ‘절대악’으로 규정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선동 수단이다. 이 수법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른 사이비역사학은 실제로 광범위한 대중화에 성공했다.
왜곡되고 뒤틀린 사이비역사학의 욕망과 민족주의 역사관의 욕망
그 너머에서 살펴본 한국 고대사
이러한 사이비역사학에 맞서 젊은역사학자들이 살펴본 역사는 어떤 모습일까. 이 책에선 이를 위해 오래된 시기부터 고대사의 시간 순서에 맞게 주제를 골고루 선별하고, 각 주제의 연구자들이 자신들의 전공을 살려 해당 내용을 다루는 방식을 택했다. 특히 저자들은 사료와 유물 등을 적극 활용해, 역사 연구의 기본 방법에 따라 내용을 서술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재밌으면서도 깊이 있는 역사를 보여 준다.
1장과 2장은 고조선과 낙랑군을 주제로 삼았다. 여기에서는 특히 잘못된 해석으로 ‘단군신화’를 왜곡하거나, 엉터리 사료 활용으로 낙랑군 위치를 왜곡하는 사이비역사학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다양한 사료와 유물을 해석함으로써 그에 맞선다.
3장에서는 처음 발견되었을 때부터, 능비 조작 의혹과 논쟁까지, 광개토왕비 연구의 역사를 다루었다. 이를 통해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으로까지 이어지는 ‘역사전쟁’의 모습을 보여 준다.
4장과 5장은 각각 백제의 ‘요서 진출설’과 ‘칠지도’를 통해 백제의 역사를 다룬다. 먼저, 교과서에도 실릴 만큼, ‘해양 강국 백제’ 이미지를 만들어낸 백제 요서 진출설을 다룬 4장에서는 다양한 사료를 통해 이 문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설명한다. 이어서 칠지도를 통해 들여다본 백제와 왜의 관계 해석 부분에서는, 한일 양국에서 이뤄진 칠지도 연구의 역사를 적절히 비교·분석해 보여 준다.
6장과 7장은 신라를 다룬다. 먼저 삼국통일 과정에서 신라의 상황과 역할을 사료를 활용해 큰 틀에서 설명한 6장에 이어, 7장에서는 역사 다큐멘터리 등에서 다루어졌던, 신라 김씨 왕조가 흉노의 후예라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사료를 분석하고 해석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8장에서는 몇 해 전 큰 화제가 되었고, 아직도 고대사 분야에서 주요 논쟁거리인 임나일본부설 해석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어서 9장에서는 한·중·일 학계의 발해사 연구 과정과 내용을 살펴보면서, 과거 제국주의 중심의 역사에서 벗어나자고 이야기한다.
10장에서는 교과서를 비롯해 대중에게 각인된 고대국가의 전성기에 대한 이야기를 각종 지도와 함께 풀어낸다. 끝으로 11장에서는 고대사 연구자가 아닌, 현대사 연구자가 《환단고기》와 군부독재의 연관성을 비판한다. 그 이유는 현대사에서 다루는 시기인 군부독재 시기 때 《환단고기》가 반공주의와 민족주의에 활용되었고, 이 과정에서 사이비역사학이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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