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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든 겨울이든 저녁 식사 시간에는 어스름한 불빛 아래 작은 풍로를 곁에 두고 숯불을 피운 채 하루를 마감하는 누군가의 식탁. 어지간히 바쁜 시기가 아니면 불가에 앉아 두세 시간 술을 마시며 그날의 피로마저 맛과 운치로 승화시켜버리는 사람. 자칭 타칭 ‘먹보 애주가’ 마키노 이사오의 식탁 풍경은 언제나 맛과 멋이 흘러넘친다. 확고한 취향과 센스를 지닌 화가, 마키노 이사오. 그가 매력적인 그림과 문장으로 자신의 미식 생활을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자나 깨나 ‘오로지 먹는 생각’으로 가득하다는 먹보 애주가의 소박하지만 맛깔스런 초대. 그 풍경 좋은 식탁으로 한발 다가가보자. 그의 동료의 말처럼 “마키노 씨를 만난 덕에 인생이 에누리 없이 열배는 즐거워졌고, 앞으로도 분명 즐거울 것이다.”
마키노 이사오는 기타규슈 출신으로 다마미술대학을 졸업한 후 광고제작사를 거쳐 전업작가로 전환, 현재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화가다. 어릴 때부터 유난히 먹는 것에 관심이 갔다는 그는, 하굣길에 공사현장을 지날 때 인부들이 모닥불을 피워놓고 도시락을 먹는 모습을 보고 집에 와 일부러 도시락 통에 밥을 담아 옥상에 올라가 먹는다든지, 수업 중에 교과서에 음식 이야기가 나오면 수업 내용은 뒷전이고 머릿속은 온통 ‘어떤 맛이었을까’ 하는 궁금증에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일쑤였다는 등 먹는 것에 관해서라면 유별한 데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대학을 졸업하고 주류 계열 광고제작사에 취직하면서 술맛에도 눈을 뜨고, 다양한 음식을 접하게 되면서 더욱더 ‘맛’에 빠져든다. 퇴사 후 화가의 길을 걸으면서 곤궁한 생활을 하게 되지만, 그럼에도 음식에 대한 열망이 사그라들기는커녕 오히려 맛있는 걸 먹고 싶다는 욕구가 나날이 커져 요리책을 사서 본격적으로 음식을 해먹기 시작한다.
“줄곧 레스토랑에서 먹는 음식이라고 여겼던 요리를 집에서 만들다 보니 그때까지 몰랐던 조리법을 발견한다든지 해서 요리가 점점 더 재미있어졌다”라고 말하는 그는 그림 작업은 제쳐두고 틈만 나면 사람들을 초대해 식사 모임을 열곤 했다고 지난날을 회상한다.
그렇게 주방에 서서 요리를 하기 시작한 지 어언 25년. 자신을 위해, 가족과 친구들을 위해 만들고, 나누고, 음미해온 미식의 즐거움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커다란 행복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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