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떻게 일할 것인가 - ![]() 아툴 가완디 지음, 곽미경 옮김/웅진지식하우스 |
“교수 양반. 당신도 이 학살의 공범이오.”
19세기 중반, 오스트리아 빈 종합병원의 산부인과 의사 이그나즈 제멜바이스는 병원에서 분만한 산모의 20퍼센트를 사망에 이르게 하던 산후열(출산 후 발열)의 범인으로 의사들을 지목했다. 당시 집에서 분만한 산모의 사망률은 1퍼센트에 불과했다. 제멜바이스는 개수대 옆을 지키고 서서 자기 병동 의료진이 매 진료 전 반드시 손톱솔과 염소를 이용해 손을 씻게 강요했고, 산모 사망률은 곧바로 1퍼센트로 떨어졌다. 그의 추론이 옳았던 것이다. 그러나 의사들은 자신들이 환자를 해칠 수 있다는 말을 믿지 않았고, 반대자들을 학살자로 몰아세우던 제멜바이스는 박수를 받기는커녕 병원에서 쫓겨났다.
그로부터 거의 150년이 지난 지금, 병원감염은 여전히 심각한 문제다. 초강력 내성을 지닌 슈퍼 박테리아 감염률 증가는 세계적 추세다. 최근 국내에서도 한 종합병원의 신생아 집단 사망을 필두로 병원감염 실태가 도마에 올랐다. 2016년 메르스 사태 이후 병원감염 관리 체계가 정비되었으나, 전국 단위의 의료기관 감염 실태는 여전히 집계조차 되지 않는 실정이다. 2003년 사스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출현해 몇 주 만에 전 세계 수만 명에게 퍼져 그 가운데 10퍼센트가 사망했을 때도, 일차적인 감염 매개체는 의료 종사자들의 손이었다. 그리고 의사들은 여전히 손을 제대로 씻고 있지 않다.
『어떻게 일할 것인가』는 첫 장(「손부터 씻는다」)을 가장 기본적이지만 꾸준히 지켜지고 있지 않은 원칙 ‘손 씻기’에 관한 주제로 시작한다. 지금은 상식이 된 무균술의 중요성이 받아들여지기까지의 역사적 과정은 사뭇 지난했다. 그러나 그 중요성을 안다고 해도 실행은 또 다른 문제다. 의사들이 제대로 손을 씻게 만들려는 온갖 시도와 끝나지 않는 노력을 지면에 옮기면서, 그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특히 생명을 다루는 것이 나의 일이라면?” 그가 수술했던 환자의 병실 앞에 붙은 ‘감염’ 표시를 인식한 어느 날, 한순간도 그것이 자기 때문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음을 고백하면서 말이다.
그의 첫 책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이 레지던트로 일하며 처음 맞닥뜨린 현대 의학의 한계와 불완전함에 관한 드물게 솔직하고 날카로운 관찰의 기록이라면, 이 책은 이제 일반외과의로 일하기 시작한 저자가 그러한 한계에도 어떻게든 성과를 개선할 실질적 방법을 찾아 나선 탐사의 기록이다. 제왕절개 수술이 한창인 분만실, 의료 소송이 벌어지는 법정, 이라크 전방외과팀의 천막병원, 인도의 극한 소아마비 소탕작전, 독극물 주사를 사용하는 사형집행장… 저자는 다양한 의료 현장으로 독자들을 초대해 현대 의학의 성공과 실패, 그 안에서 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그 여정에서 가완디는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전에 가려 희미해지곤 하는 자기 업에서의 성공의 본질을 되묻고, 의사에게 주어진 막강한 권한에 합당한 책임과 최선의 태도에 관해 사려 깊은 성찰을 담아 낸다.
“우리는 늘 손쉬운 해법만을 바란다. 일거에 문제를 해결할 간단한 변화 말이다. 그러나 인생에 그런 요행은 거의 없다. 오히려 성공은 백 걸음을 가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똑바로 나아갈 때,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모두가 힘을 모을 때 가능한 일이다. 의료 행위라고 하면 고독하면서 지적인 소임이라고 흔히들 생각한다. 그러나 제대로 된 의료란 까다로운 진단을 내리는 것이라기보다 모두가 손 씻기를 확실히 실천하는 것에 더 가깝다” (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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