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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알제리의 유령들 - 제23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by 글쓰남 2017.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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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의 유령들 - 10점
황여정 지음/문학동네

소설은 어느 여름날 벽지 위에 핀 곰팡이에서 세계지도를 읽어내는 어린 ‘징’과 그에게 의지해 두려움을 이겨나가는 ‘율’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하지만 율과 징의 소중한 시간들은 율의 아버지가 징의 편지와 지도는 물론이고 벽지마저 모조리 뜯어내 태워버리는 기이한 행동을 보이면서 지워지고 만다. 남다른 인연으로 얽히고설킨 듯 보이는 율의 부모와 징의 부모는 세월이 흘러 하나둘씩 그들을 떠나가고, 그들 모두를 이어주던 하나의 접점이 뒤늦게 드러난다. 누가 언제 어떻게 썼는지 알 수 없는 희곡 『알제리의 유령들』의 존재가 그것이다.

총 4부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각 부마다 서로 다른 서술자가 등장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가운데 『알제리의 유령들』을 둘러싼 비밀이 조금씩 밝혀지는 구성을 취한다. 1부에서 율은 아버지가 죽음을 맞은 제주도에서 기억의 착란을 겪는 징의 엄마를 만나는데, 징의 엄마가 멘 배낭 속엔 제본된 『알제리의 유령들』이 들어 있다. 2부에서 연극 연출 지망생 ‘철수’는 인생의 갈림길에서 해답을 구하고자 전설적인 연출가로 알려진 ‘오수’를 무작정 찾아간다. 오수는 각별히 따르던 연극계 선배의 딸인 율과 제주도로 내려가 ‘알제리’라는 술집을 꾸려나가고 있다. 3부에서 오수는 철수에게 『알제리의 유령들』에 대한 진실인지 거짓인지 모를 이야기를 들려준다.

4부에서 율과 징 가족을 둘러싼 과거의 사건이 드디어 밝혀지고, 낱낱의 이야기로 읽혔던 서사가 하나로 이어진다. 이윽고 이들의 운명을 뒤흔들었던 가장 슬프고 완벽한 아이러니가 바로 눈앞에 드러난다. 사소한 농담이 어느새 모두를 옭아매는 운명으로 탈바꿈하고, 앞 세대의 비극을 원치 않게 물려받은 율과 징은 여기에 남아 그 모든 일들을 받아들이거나, 여기를 떠남으로써 그 모든 일들에서 벗어나려 할 수밖에 없었던 것.

자신이 관여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린 개인은 어떻게 생을 이어갈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알제리의 유령들』은 공전하는 별처럼 마주쳤다가도 이내 스쳐가는 율과 징, 그리고 여러 인물들의 서로 다른 기억과 감정을 묘사하며 비극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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