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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나르시시스트와 그 희생자들 - 장 샤를르 부슈 지음, 권효정 옮김/바다출판사 |
국내에서는 2016년에 개봉했고, 제68회 칸영화제에서 엠마누엘 베르코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긴 영화 <몽 루아Mon roi)>. 이 영화는 현재 유럽에서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악성 나르시시스트에 대한 관심에 불을 지폈다. 집착과 도착, 열망과 결핍 등 두 남녀의 극단적 사랑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바로 악성 자기애자(악성 나르시시스트)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전역으로 화제가 되자 이 책의 저자인 장 샤를르 부슈는 이 증상을 취재하기 위한 언론 인터뷰와 기고 등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그리고 이 책 <악성 나르시시스트와 그 희생자들>은 이 분야의 가장 유력한 책으로 떠오르며 프랑스에서 장기간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조금은 낯선 악성 자기애자 혹은 악성 나르시시스트란 어떤 사람들일까?
2004년 국내를 충격에 빠뜨렸던 연쇄살인마 유영철이 검거된 이후 ‘사이코패스’라는 말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 사이코패스는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하며, 법을 알고는 있으나 즉각적인 유희나 충동을 참지 못한다. 물리적 폭력을 동반한 공격도 사이코패스들의 특징이다. 죄책감 따위는 애초부터 갖고 있지 않다. 이들을 관찰하고 관계 맺었던 타인들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그들이 사이코패스임을 눈치 챌 수 있다. 그런데 사이코패스와 도착적 기제는 똑같지만 그들보다 더 교묘히 개인 대 개인 속에, 그리고 한 집단 속에 파고들어 상대를 피폐한 고통 속에 내모는 유형이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악성 자기애자(악성 나르시시스트)’가 바로 그들이다.
악성 자기애자는 사이코패스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주변에 상당수 포진해 있으며, 그 병리적 증세의 강약에 따라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위에 설명했듯 사이코패스가 물리적이고 눈에 보이는 공격성을 드러내는 반면, 악성 자기애자는 장시간에 걸쳐 상대를 심리적으로 옥죄어가며 자신 아래 굴종시킨다. 가장 가까운 관계인 가족, 연인이 대표적인 타깃이지만, 친구나 가까운 직장동료도 그들의 대표적 희생양들이다.
그들이 상대를 타깃으로 정하는 이유는 한 마디로 감정의 바꿔치기를 할 대상이 필요해서이다. 마치 자기 몸에 묻은 더러운 오물을 상대의 옷에 묻히곤 스스로 깨끗해졌음에 만족하는 모양으로 비유할 수도 있겠다. 다시 말해 자기 내면의 불안과 악한 감정을 타인에게 전가하여 타인을 고통과 죄책감으로 몰아넣고, 정작 자신은 상대의 좋은 면을 가져와 스스로 만족감과 평안을 누리곤 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감정의 바꿔치기 기제를 ‘투사’와 ‘동일시’, 두 가지 도구로 설명한다. 상대에게 더러운 감정을 투사하고, 나의 고통을 상대가 똑같이 느끼도록 동일시하는 이 두 가지 도착적 기제는 악성 자기애자들이 감정의 포식자로서 행동할 수 있는 대표 수단이다.
악성 자기애자는 폭력적이거나 극단적인 병리상태에 빠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이코패스는 자신의 충동을 물리적인 행동으로 쉽게 옮긴다. 반면 악성 자기애자는 냉정을 잃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의 광기를 받아주는 샌드백과 같은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 당사자와의 관계에서가 아닌 외부의 눈으로 보면, 그는 일견 건실한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다. 주위 사람들에게 칭송받고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할 줄 알며, 겉보기에 매우 매혹적인 사람으로 비춰지는 경우가 많다.
_ 본문 중에서
1950년대 프랑스의 정신의학자인 폴-클로드 라카미에가 처음 ‘악성 자기애’라는 개념을 세상에 발표하면서 알려졌는데, 그는 악성 자기애자를 ‘침습형 공격자’라 칭하며 상대에게 해를 끼치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자들이라 설명하였다. 이 책에서 연구자료로 자주 인용하는 책의 저자 해럴드 설즈는 ‘그들은 타인이 자신의 혼란을 가져가도록 만들어 자신은 정신착란과 같은 정신증에 빠지지 않는다’고 명확히 단정 지었다. 그들이 애초부터 지니고 있던 극단의 결핍감이 타인을 지배하려는 욕망으로 발현되기까지, 그 충동의 에너지가 어떤 방식으로 발휘되는지를 저자는 여러 사례를 보여주며 가감 없이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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