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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에 대하여 - 아리요시 사와코 지음, 양윤옥 옮김/현대문학 |
스물다섯 살에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오르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등장한 전설적인 이야기꾼, 아리요시 사와코. 그녀의 장편소설 『악녀에 대하여』가 양윤옥의 번역으로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2014년, 일본에서는 아리요시 사와코 타계 30주년을 맞아 그녀의 친필 원고와 유품 등을 전시하는 특별전이 열렸다. 또 연출가로서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그녀의 연극 작품도 공연되었고, 출판사에서는 그녀의 소설을 새로운 표지로 재출간할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아리요시 사와코를 따라 문필가로서의 삶을 이어가고 있는 그녀의 딸 아리요시 타마오는 어머니와의 추억을 담은 『소보로 양』이라는 수필집을 내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사후 30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고 재조명되고, 주목받는 아리요시 사와코는 생전에도 동시대 여성을 중심으로 수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당시 문단은 남성 중심의 형이상학적이고 자아성찰을 중시하는 순수문학이 주를 이루고 있었는데, 아리요시 사와코는 주류에 편승하지 않고, 드라마틱한 스토리 위주로 속도감 있는 소설을 써냈다. 독자들은 쉽게 감정이입이 되고, 금세 몰입하게 만드는 그녀의 소설에 빠져들었고,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많은 작품이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졌다.
초기에는 전통 예능을 소재로 하는 단편과 역사소설을 썼다. 역사소설도 아리요시 사와코가 쓰면 달랐다. 정석에 얽매이지 않고 대담하게 재해석하여 자신만의 개성을 담아 썼던 것이다.
중견 작가로 올라선 후에는 급격히 재편된 사회를 배경으로 현대인의 인간관계를 다룬 작품을 주로 썼는데 일상을 희극적으로 묘사하거나, 항아리와 인간의 모습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담아내거나, 연극계의 질척거리는 속사정을 추리적인 기법으로 그려내었다. 이 책 『악녀에 대하여』는 전후 격변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여성 사업가의 수수께끼 같은 죽음을 그녀와 관련된 27명과의 인터뷰만으로 밝혀내는 소설이다.
어느 화창한 날, 도쿄 빌딩가 뒷골목에 미모의 여성 사업가가 마치 새빨간 꽃 한 송이가 떨어진 듯한 모습으로 추락하여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젊은 나이에 막대한 부를 축적한 ‘사업의 여왕’ 도미노코지 기미코의 돌연한 죽음에 언론에서는 일제히 ‘자살인가 타살인가’, ‘허식虛飾의 여왕, 수수께끼 같은 죽음’이라는 제목으로 대서특필한다. 온갖 억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한 작가가 그녀의 삶을 추적하기 위해 관련자들을 찾아 나선다. 27인의 중요한 관련자들이 각자의 시점에서 풀어놓는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도미노코지 기미코의 실체를 점점 더 미궁으로 몰아넣는다. 그녀가 뒤틀어놓은 순수와 허식의 꼬리는 쉽게 잡히지 않고 진실은 갈수록 모호해진다.
『악녀에 대하여』는 아리요시 사와코의 소설 중에서도 특히 치밀하게 짜인 구성과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이 번뜩이는 매력적인 미스터리 작품으로 손꼽힌다. 27인의 증언자 각각에 대한 취재는 단 한 번뿐, 동일한 인물이 다시 증언에 나서는 일은 없다. 독자는 제각기 다른 시점을 가진 27개의 퍼즐을 조합하여 한 여자를 완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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