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사회 - 임의진 지음/웨일북 |
“돈이 최고다!”, “경제적 자유만이 살길이다”라고 외치며 부동산과 재테크에 열을 올리는 일이 당연시된, 노동의 가치를 상실해 버린 사회가 도래했다. 이제 자산을 불리는 일에 관심이 없다는 소리를 하면 바보 아니냐고 비아냥거리는 지경에 이른 것이 바로 한국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어쩌다 우리는 숫자로 검증되는 돈의 양에 사활을 걸게 되었는가.
비교에 민감한 한국 사람들은 신뢰가 사라진 사회에서 남보다 더 나은 위치를 선점하는 데서 만족을 찾게 되었다. 즉 눈에 보이는 외적 가치를 손에 넣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남들보다 뒤처지는 삶은 용서할 수 없는, ‘중간은 해야 한다’, ‘최소한 평균은 넘어야 한다’는 강박이 우리를 돈에 목숨 거는 삶으로 몰아세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좇는 것은 바람직한 상(像)이지만 돈에 눈이 멀어 불공정한 상황을 공정하다고 착각하며 살아가는 것은 다른 문제다. 여러 나라의 빈곤과 불평등 등 사회 문제를 다룬 ODA 전문가 임의진 저자는 믿을 구석이 돈밖에 없다는 인식이 깔린 한국의 ‘숫자 사회’에서 우리가 얻을 상실값이란 무엇인지를 논한다. 또한 자산 축적에만 온 힘을 쏟고 있는 현시대의 모습은 어디서 왔는지를 낱낱이 파헤쳐보고자 한다.
자산에 대한 목마름은 헛된 욕심이 아닌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왜 우리가 전과 달리 추구하는 바가 달라졌는지는 짚고 가야 한다. 이 책은 현 세태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해 준다. 강박적 숫자 사회는 우리를 더 절망으로 밀어 넣고 개인의 탓으로 돌리려고 하지만 이는 우리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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