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것은 모두 게임을 한다 - 모시 호프먼.에레즈 요엘리 지음, 김태훈 옮김/김영사 |
“왜 그렇게 행동할까?”
비합리적 행동은 ‘합리적’이고 ‘전략적’으로 설계되었다!
게임이론은 우리를 비롯한 게임의 주체가 의식적이든 비의식적이든, 전략적으로 가장 최선의 선택지를 고른다고 전제한다. 고전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주체’와 연결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게임이론에서의 최선의 선택은 겉으로 보기에 비합리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다. 실제 사회와 시장에서 사람들은 언뜻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행동을 한다. 게임이론은 이러한 행동들을 전략적 비합리성으로 해석한다. 게임이론의 분석에 따라 경우의 수를 하나하나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비합리적 행동도 합리적 과정과 판단을 거쳤음을 확인할 수 있다.
두 저자 모시 호프먼과 에레즈 요엘리는 학습과 강화, 지체와 파급, 보상과 보수 등 기초 개념부터 진화생물학적 성 선택, 매와 비둘기 전략으로 설명하는 소유권 논쟁, 스톡홀름 증후군과 각종 차별 문제, 값비싼 신호 게임, 증거 검증과 편향, 강제된 규범과 처벌의 실용적 효과, 믿음과 관습의 합리적 해석까지 게임이론의 다양한 사례를 도구 삼아 인간 행동을 완벽하게 해석해냈다. 책에서 저자들은 인간 행동이 보이는 양상을 게임이론 모형으로 구성한다. 이 모형의 검증 과정을 충분히 반복하면 권리, 미학, 윤리학, 이타성, 왜곡 등 인상적인 영역에 걸쳐 혼란스러운 수수께끼를 설명할 수 있다.
[우리는 왜 과시하거나 겸손한 모습을 보일까? / 값비싼 신호 전략과 겸손 전략]
명품, 과소비, 사치 등은 실용성과 거리가 멀다. 하지만 시대를 막론하고 우리가 사치품을 좋아하는 이유 역시 전략적인 선택이다. 형편에 비해 무리하거나,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사치품을 과시하는 것은 그것이 생존과 번식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합리적 전략은 자연에서도 발견된다. 수컷 공작새는 비행과 (포식자로부터의) 도망에 불리한 긴 꼬리를 고수한다. 사냥당할 리스크에 비해 암컷을 유혹해 번식할 수 있는 이득이 더 크다고 판단한 전략적 결과다.
과시와 사치를 감추는 겸손 전략은 한발 더 나아간다. 자신이 다니는 명문대의 이름 대신 지역을 말하거나, 정말 부자일수록 수수한 옷차림을 택하는 식이다. 익명 기부도 감추면서 얻어지는 겸손의 대표적인 예시다. 겸손, 감춤, 익명 기부, 쿨한 모습과 ‘한 번 튕기는’ 행위는 값비싼 신호 게임과 정반대로 보인다. 이 전략을 택하는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숨겨진 신호를 발견하는 사람에게 더 큰 효과를 발휘함으로써 주체에게 더 많은 이득을 주기 때문이다. 몇몇 예술가가 대중에겐 난해한 작품을 내놓으며 평론가에게 집중하는 것도 그렇게 설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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