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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살며 사랑하며 기르며 - 당신을 위한 반려동물 인문학 수업

by 글쓰남 2020.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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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기르며 - 10점
재키 콜리스 하비 지음, 김미정 옮김/을유문화사

 

‘나는 왜 동물을 사랑하는가’
너무 당연해서 더 알아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사랑에 관하여
오래된 SF 단편이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 인간은 외계인에게 납치되어 그들의 동물원에 갇힌다. 주인공은 자신이 지적 생명체임을 증명하려고 갖은 수를 쓰지만 외계인들은 그의 메시지를 묵살한다. 고독과 절망에 지친 인간은 동물원의 창살 틈으로 들어 온 작은 동물을 반려동물 삼아 키우기 시작한다. 

 

집과 먹이를 주고 가족으로 만든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외계인들은 황급히 그를 풀어 주면서 그 이유를 설명한다. 다른 동물을 길들이고 키우는 존재는 동물원 ‘밖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중요하게 본 건 지능이 아니라 다른 생물을 다른 목적 없이 그저 반려하려는 마음 또는 욕구였다. 그런 마음을 지닌 생물은 우주를 통틀어서도 드물기 때문이었다.

동물을 향한 사랑은 가끔 너무 간단해 보여서 질문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귀여운데 나를 잘 따르기까지 한다면 그 존재를 사랑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러나 조금 생각해 보면 이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만약 ‘귀엽고 나를 잘 따른다’는 이유가 정말로 자연스러운 것이라면, 높은 지능과 이타성을 가진 다른 동물들도 반려동물을 키우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지구에서 유일하게 자신과 다른 생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동물이다. 오직 인간의 정신 속에만 존재하는 이 특별한 사랑은, 그러나 너무 사소하고도 당연하게 여겨져서 그간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에 관한 논의는 주로 ‘신’이나 ‘언어’ 같은 거창한 주제에 한정돼 있었고, ‘우리 집 강아지를 사랑하는 이유’를 그와 비슷한 선상에 놓으려고 시도한 사람은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동물을 사랑한다는 것은 신이나 언어의 기원에 관한 의문 못지않게 많은 수수께끼를 담고 있다.

물론 이 수수께끼에 관심이 없더라도 동물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좋은 시간은 즐기고 힘든 시간은 흘려보내면 된다. 그러나 만약 동물을 향한 사랑의 깊이를 조금 더하고 싶다면, 혹은 때로 이 사랑이 신비하게 느껴져서 그 정체를 약간이나마 더듬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 책이 그 출발점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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