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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의 얼굴들 - ![]() 박주영 지음/모로 |
《어떤 양형 이유》 박주영 판사 신작
소설가 장강명 추천
세상의 프레임 바깥에 존재하는 법정의 얼굴들
뭉개지고 흐려진 이들을 기억하려는 판사의 기록
구속, 무죄, 유죄, 선고, 징역, 재판, 형량… 형사법정에 올라온 사건들은 주로 한 단어나 문장으로 정리된다. 법정 밖 사람들에게 형사법정은 유무죄를 가리는 곳에 지나지 않지만, 기사 한 줄과 형량 너머 법정에는 뭉개지고 흐려진 ‘얼굴들’이 존재한다. 《어떤 양형 이유》로 독자를 눈물 흘리게 했던 박주영 판사는 다양한 이유로 형사법정에 오게 된 얼굴들의 서사를 기억하기 위해 코를 끅끅 삼키며 쓰고 또 썼다.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지었던 그가, 《법정의 얼굴들》에 말과 글로 빚어낸 눈물겨운 위무를 담아냈다.
회복 불가능한 상실을 견디는 사람들
피해가 들끓는 세상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최선의 태도
2019년 말 《법정의 얼굴들》의 저자인 박주영 판사는 ‘자살방조미수’ 사건을 처리하게 된다. 그는 20대에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했던 피고인들을 살게 하기 위해 사회의 관심을 촉구하는 판결문을 썼고, 피고인들에게 법의 언어가 아닌 한 사람의 간곡한 부탁을 담은 ‘당부의 말씀’이라는 말을 따로 전하기도 했다. 차갑고 무거운 법정에 선 어린 피고인들을 눈물 흘리게 한 이 판결문은 당시 큰 화제가 됐고 여전히 회자되며 많은 이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저자는 법정에서 이런 이들의 얼굴을 계속해서 봐왔다. 감당할 수 없는 상처를 끌어안다 스스로를 해한 청년, 사랑받아야 할 보호자에게 맞아 생명을 잃은 아이, 장기간 성폭행을 당한 여고생, 돈이 없어 교도소에 들어가려는 노인··· 이들의 삶은 아예 설명되지 않거나 ‘편의점에서 빵 훔쳐··· 징역 1년’처럼 기사 헤드라인 한 줄로 언급될 뿐이다. 그러나 당사자들이 세상에게, 보호자에게, 대물림된 가난에게 받은 피해는 평생을 간다. 결국 회복 불가능한 상실을 견디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런 이들이 끊임없이 돌아나오는 회전문 같은 현실을 바꿀 수는 없는 걸까? 저자는 “서사가 풍부하고 넓을수록 서정도 크고 짙어진다. 결국 우리가 먼저 할 일은 묘사할 수 없는 서정을 상상하고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묻혀 있는 수많은 서사를 추적하고 발굴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안타깝고 슬픈 감정으로 잠시 소비되고 마는 피해의 이면에는 구체적인 삶의 서사가 존재한다. 우리가 취할 최선의 태도는 보이지 않는 서사를 꼼꼼히 기록하고 함께 아파하는 것이다.
“뉴스가 없으면 문제도 없다. 서현이, 정인이, 김용균, 이스라엘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그들의 죽음을 기록하고 알리는 것이다. 사회적 공분도, 적절한 처벌도, 법률과 의료 시스템의 개선도 그 후 뒤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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