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삼국지 - 권석준 지음/뿌리와이파리 |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그리고 한국 경제에 고함!
‘칩4동맹’과 파운드리 전쟁, 출렁이는 반도체 가치사슬…
반도체공학자이자 첨단산업 전략가 권석준 교수가 짚어주는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의 맥!
2022년 9월 28일, 미국이 주도하고 한국, 일본, 대만이 참여하는 반도체 공급망 관련 협의체 ‘칩4동맹’의 첫 예비회의가 열렸다. 한국은 중국의 반발을 우려해 동맹이라는 표현 대신 ‘작업반(working group)’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향후 본회의 참여 여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 등 신중하게 처신하고 있지만, 운신의 폭은 좁다. 그리고 당장 10월 중에, 미국은 자국의 기술을 사용한 기업들이 중국에 반도체를 수출하는 것을 막는 ‘화웨이식 제재’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전체 수출액의 20퍼센트를 차지하고, 그 절반 이상을 중국에 수출해왔다.
2019년 이후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반도체 가치사슬이 재편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봉쇄하려고 하고, 중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퍼센트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굴기’를 추진해왔다. 미-중의 대결구도와 함께 세계 반도체 칩 생산의 90퍼센트 이상을 담당하는 동아시아에서 파란이 일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재편, 그리고 반도체 업계의 주도권 다툼과 합종연횡이 격심해지면서, 기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이 시점에서, 한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산업이 직면한 도전은 무엇이고, 그것에 대한 대응 전략은 무엇인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재편이 갖는 의미는 무엇이며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확보 방안은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가? 그리고 차세대 반도체 기술 전쟁의 핵심은 무엇인가? 이 책은 반도체공학자이자 첨단산업 분야의 전략가 권석준 교수가 한국, 일본, 그리고 중국 반도체 산업의 현황과 역사, 그리고 앞으로의 구도와 전망을 기술전략적 관점에서 풀어낸, 명쾌하고도 흥미진진한 삼국지다.
‘잃어버린 20년’을 넘어, 반도체 왕국의 권토중래를 노리는 ‘소부장’ 일본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세계 반도체 기업 상위 10개사 중 여섯(NEC, 도시바, 히타치, 미쓰비시, 후지쓰, 마쓰시타)이 일본 기업이었다. 30년쯤 후인 2020년, 메모리반도체 업체 키오시아가 12위지만, 상위 10개사에 일본 기업은 없다.
그렇게 된 이유는 첫째, 일본이 기술력의 신화에 도취된 나머지 세계 기술표준과 동떨어진 자국만의 길을 간 데에 있었다. 이른바 ‘갈라파고스화’로, ‘가라스마’라고 불리는 일본식 스마트폰이 그 예다. 둘째는 국가의 지나친 간섭이었다. 셋째는 미국의 견제였다. 일본 반도체 회사들이 시장을 좌우할 정도로 커지자 미국반도체산업협회는 1985년 6월, 미국 통상법 301조(일명 슈퍼 301조)를 걸고 나왔다. 미국 정부는 일본 반도체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했고, 일본은 1986년 ‘미-일 반도체 협정’을 체결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은 세계 시장에서의 굳건한 지위를 잃고 한국, 대만 등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허용하게 되었다.
하지만 일본은 한국을 견제하는 한편,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대만 TSMC의 공장을 구마모토현에 유치하며 재기를 꿈꾼다. 일본은 여전히 소재, 부품, 장비 분야에서의 경쟁력이 있고, 이를 기반으로 언제든 글로벌 선두주자로 재도약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반도체 굴기 2025’의 허와 실
2010년대의 12차, 13차 ‘5개년 계획’을 통해 반도체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2015년에는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매년 20~30퍼센트씩 급성장해왔다. 하지만 반도체 자급률은 여전히 20퍼센트를 밑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와 세계 최대 규모의 내수시장, 엄청난 인적 자원은 중국의 현재적, 잠재적 힘의 근원이다. 그러나 2020년 8월의 ‘우한훙신(HSMC) 사태’에서 드러난 내부의 부패와 비리 문제와 함께, 점점 더 거세어지는 미국의 견제 역시 근본적 난제다. 예를 들어 기존의 DUV 장비를 뛰어넘어 초미세 패터닝 공정에 필요한 EUV 장비를 구할 수 없게 되고, 중국이 자의든 타의든 독자적 반도체 기술표준과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면, 그것은 또다른 ‘갈라파고스’로 향하는 길이 될지도 모른다.
미-중 대결구도에서 한국 정부의 대응은 전략적 모호함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칩4동맹’ 참여 여부와 무관하게,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한국으로부터의 반도체 수입을 줄여가는 ‘한한령 시즌2’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미-중 경쟁 속에서 미국의 논리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중국의 기술 로드맵을 끊임없이 모니터링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은 어디로 갈 것인가
반도체는 한중일 삼국은 물론 세계 각국의 이익이 첨예하게 부딪치는 영역이 되고 있다. 미-중 대결이 본격화하고, 자유무역에 입각한 글로벌 반도체 가치사슬이 블록화되며 비용이 대폭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이런 환경 변화와 불확실성이 위기를 낳는다.
한국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가 꼽는 한국의 시급한 과제들을 꼽아보자면 이렇다.
첫째, 네덜란드 ASML의 사례처럼, 산-학-연 클러스터 및 반도체 생태계 활성화를 통해 ‘슈퍼을’을 양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산업 엔지니어들을 교원으로 적극 채용할 수 있도록 학제를 개편하고, 일본의 소부장 기업들을 한국의 클러스터 안으로 유치하며,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의 ‘죽음의 계곡’을 지날 수 있도록 장기간의 실패를 용인하는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둘째, 핵심 기술 인력과 IP를 보호해야 한다. 중국은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한국의 엔지니어에 대한 스카우트 제의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반도체 핵심 인재에 대한 대우 수준이 SMIC 이상으로 높아져야 하고, 기술 보안 또한 지금보다 대폭 강화해야 한다.
셋째, 기초과학에 투자해야 한다. 최근 기초과학 분야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미국을 능가할 정도다. 미-중 반도체 전쟁은 결국 통신, 이동, 생명, 우주, 에너지 등 모든 하이테크 산업으로 확장될 것이다. 한국의 핵심 이익은 이 모든 분야에서 중국과 겹친다. 다가올 미래에 중국에 대한 학문적 종속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정부 주도의 연구개발 투자가 확대되어 차세대의 혁신 기술이 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 밖에도, 대만 TSMC와의 파운드리 전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의 파운드리 사업 분사 문제나 하이닉스의 용인 클러스터에 대한 전략적 제언, 나아가 EUV 공정 장비를 넘어 다가올 양자컴퓨터 시대에 대한 예측에 이르기까지, 제언은 일목요연하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기술들의 핵심 가치, 그것이 핵심이 되는 이유와 영향, 그 파급효과 등을 꿰는 공학자이자 과학자인 저자의 경험과 독보적인 안목이 깔려 있다.
일본의 현재가 한국의 미래가 될 수 있고, 중국의 위험이 한국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 있다. 당장 헤쳐나가야 할 삼각파도이면서 한국 경제의 10년, 20년을 좌우할 글로벌 반도체 산업 재편과 기술패권 경쟁을 앞에 두고, 저자는 정책 결정자와 전략가, 연구자, 그리고 반도체 산업에 관심 있는 독자 모두가 경청할 만한 충실한 정보와 날카로운 분석을 이 책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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