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감지 마라 - 이기호 지음/마음산책 |
‘사회적 재난 앞에 지방 청년들의 삶은 안녕한가?’
한국문학의 대표 입담꾼 이기호 작가의 새로운 연작 짧은 소설집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등을 통해 짧은 이야기의 미학을 보여주었던 이기호 작가의 새 연작 짧은 소설집 『눈감지 마라』가 출간되었다. “2000년대 문학이 선사한 가장 ‘개념 있는’ 유쾌함”(문학평론가 신형철)이라는 평을 받은 ‘이야기꾼’답게 찰나를 포착하는 절묘한 시선과 유머 감각은 여전하지만, 소설의 내용은 한결 묵직해졌다. 총 49편의 연작 짧은 소설에서, 작가는 ‘지방 청년들’에게 초점을 맞춘다. 대학을 갓 졸업했지만 학자금대출이라는 빚더미에 앉은 ‘박정용’과 ‘전진만’ 두 청년의 삶을 따라가며 편의점, 택배 상하차, 고속도로휴게소 등 각종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노동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코로나19의 나날 속, “고용주들도 힘들긴 마찬가지였지만, 아르바이트생들의 고통은 더 분절된 형태로 오는 것 같았다. 고통도 시급으로 왔다”(214쪽)라고 이야기하는 소설의 문장들은 절절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사회적 재난은 평등하지 않고 항상 청년과 취약계층에게 더욱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이기호 특유의 위트가 소설 곳곳에 포진되어 있지만, 마냥 웃음 짓기는 어렵다. 청년들의 고단한 삶은 곧 ‘눈감고 싶은’ 현실에 가깝고, 계속해서 쌓여가는 두 인물의 사소한 어긋남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소설을 읽어 내려가게 만든다. 그리하여 후반부에 나타나는 비극 앞에서 자못 숙연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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