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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노포의 장사법 - 그들은 어떻게 세월을 이기고 살아 있는 전설이 되었나

by 글쓰남 2018.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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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포의 장사법 - 10점
박찬일 지음, 노중훈 사진/인플루엔셜(주)

■ 멀리 볼 줄 아는 장사꾼다운 배포와 뚝심이 노포의 제1 비결 

― 하루 단 500그릇의 하동관, 80억에도 팔지 않은 팔판정육점, 60년차 주방장의 조선옥까지


첫 번째는 ‘기세’다. 평균 업력 50년 이상의 노포 식당의 창업주에게서 발견되는 공통의 면모다. 1939년에 창업한 서울 하동관은 지금도 점심시간마다 직장인들이 줄을 서지만, 하루 단 500그릇만 팔고 문을 닫는다는 원칙을 어긴 적이 없다. 더 벌자면 더 팔면 되겠지만, 매일 소 한 마리 분을 받아 손질해 무쇠솥 두개에 늘 똑같은 방식으로 푹 삶고, 다 팔면 오후 서너 시에도 문을 닫는다. 매일 최선을 다하되 더는 욕심 내지 않는 것, 그것이 하동관의 장수 비결이다. 최고의 재료를 쓰되, 너무도 간결한 맛이라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다는 하동관 곰탕의 맛은 그런 기세를 바탕으로 유지된다. 

눈앞의 이익에 흔들리지 않는 장사꾼의 배포는 서울 팔판정육점에서 찾을 수 있다. 1940년 창업해 3대를 이어오는 이곳은 언뜻 평범해 보이는 동네 정육점이지만 한때 전국 소시장의 가장 큰손이었다. 좋은 소를 알아보는 기술은 기본, 고깃값이 폭등해도 예전 가격대로 받고 “장사는 크게, 멀리 보는 것”이라 말하는 거상(巨商)의 면모가 돋보이는 노포다. 우래옥과 하동관이 무려 70년 고객이다. 어느 재벌기업에서 80억에 팔라는 제안에 거절한 이야기나, 창업주가 아들인 2대 사장에게 가게를 대물림할 때도 값을 매겨 ‘팔았다’는 에피소드에선 진짜 장사꾼다운 배포가 무엇인지를 직선적으로 만나게 된다. 

더불어 멀리 볼 줄 아는 노포의 뚝심은 종종 ‘함께 오래’ 일하는 직원의 존재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상당수의 노포에서 몇십 년씩 일하며 고희와 팔순을 넘긴 직원을 만날 수 있었다. 세간의 정년이 한참 지난 이들을 끝까지 보듬으며, 서로 의지하며 간다. 서울식 불고기의 표준이라 할 한일관(1939년 창업)이 그렇고,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 중 하나라는 조선옥(1937년 창업)도 그러하다. 일흔이 넘은 현역의 직원과 조리장들이 여전히 갈비를 굽고, 홀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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