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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감상 소설 / 불능의 폭주를 지속하는 글쓰기-기계

by 글쓰남 2018.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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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소설 - 10점
양선형 지음/문학과지성사

불능의 폭주를 지속하는 글쓰기-기계 

쓰지 않음을 씀으로써 가능한 언어의 출구를 향하여


2014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양선형의 첫 소설집 『감상 소설』(문학과지성사, 2018)이 출간되었다. “현실과 환상이 이중 삼중으로 착종된 문장”을 “정교하고 세련되게” 구사한다는 평을 받았던 등단작 「스나크 사냥」을 포함하여 그가 4년여간 쓰고 다듬은 10편의 단편소설이 고스란히 묶였다. 

양선형은 언어를 끊임없이 직조해내는 기계처럼 일종의 반복 놀이, 자동적 글쓰기?criture를 통해 작가의 고유성을 무화시키는 문체를 구사한다. 서사적 글쓰기가 아닌 망상과 환각을 적극 동원하여 해석과 의미가 부재하는 사고실험을 지속한다. 그렇다면 양선형이 이토록 위태로운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기존의 소설 작법을 부정하기보다 오히려 답습하고 철저하게 모방함으로써, 그 궤적을 가속화하고 과잉 활용함으로써 폭주, 오류를 유발시키고자 한다. 기존 언어 체계를 탈주하기보다 내파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출구를 모색하는 것이다. 양선형은 아무것도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쓰지 않는다고 쓰는 방식을 통해, 정확히는 아무것도 쓰지 않음을 쓰는 방식을 통해 자신만의 영역을 끈기 있게 개척해나가는 중이다. 그는 글쓰기를 실험한다기보다 기꺼이 실험에 응하는, 글쓰기라는 필연적 허무에 스스로 투신하는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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