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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고용은 끝났다, 일이여 오라! - 베르나르 스티글레르와의 대담

by 글쓰남 2018.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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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은 끝났다, 일이여 오라! - 10점
베르나르 스티글러.아리엘 키루 지음, 권오룡 옮김/문학과지성사

새로운 미래를 구상하고 실현하기 위한 

세계적 기술철학자 베르나르 스티글레르의 독창적 사유 



“향후 20년 안에 임금제 고용 형태의 일자리는 사라질 것이다!” 프랑스 기술철학자 베르나르 스티글레르가 자동화 기술의 확산과 그로 인해 초래될 임금 고용의 종말에 관해 이야기하고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언하는 책 『고용은 끝났다, 일이여 오라!』(권오룡 옮김)가 출간되었다. 저널리스트 아리엘 키루와의 대담으로 이루어진 이 짧은 책은 자동화 기술에 관련된 스티글레르의 여러 아이디어들을 응축해 담고 있다. 자크 데리다의 제자이기도 한 스티글레르는 『기술과 시간』 『자동사회』 등의 굵직한 저서를 통해 이미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로서 기술만능주의나 기술혐오증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채, 실천을 기반으로 한 독창적이고 비판적인 사유를 선보이며 앞으로의 행로를 찾아나간다. 

이 책은 거스를 수 없는 자동화의 추세 속에서 고용의 의미가 어떻게 변질 혹은 퇴화되고 있는가를 밝히고, 이런 변화 과정 속에서 일의 의미를 새롭게 포착하여 창조성에 기초한 진정한 삶의 가치를 지향할 수 있도록 해주는 철학적, 경제적, 정치적 조건들을 점검한다. 고용의 위기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소용돌이에 직면해 있는 현재의 시점에서 미래의 길을 개척하는 데 반드시 참고해야 할 소중한 지침서다.



고용의 죽음, 그것은 또한 실업의 죽음이기도 하다. 

고용을 죽여 일을 살리기를!


전 지구적 경제위기를 초래한 서브프라임 위기가 몰아닥치자, 1987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이 2008년 10월 미국 의회 청문회에 섰다. 그 자리에서 그는 서브프라임 위기가 오리라고 전혀 예견하지 못했으며, 그 이유는 모든 것이 자동화된 기계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라고 변명했다. 스티글레르는 이 순간 그린스펀 스스로 모든 ‘경제적 앎’을 잃어버렸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보았다. 그린스펀은 수백만 달러의 봉급을 받았지만 자본주의 관료제의 피고용인에 지나지 않았고, 그가 더 이상 명확한 앎을 갖지 못했다는 것은 일 역시 잃어버렸음을 의미한다고 스티글레르는 해석한다. “앎은 곧 일이고, 일한다는 것은 언제나 앎을 실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이 책에서 가장 핵심적인 지점은 고용emploi과 일travail을 대비시키는 부분이다. 스티글레르는 노동자가 봉급을 받는 활동을 ‘고용’으로 규정하고, 보수를 받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앎을 풍요롭게 하는 활동, 앎의 표현을 ‘일’이라고 규정한다. 진정한 일이 개인화, 발명, 창조, 사유 등을 의미한다면 현재의 피고용인들은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고용은 표준화, 기계적인 반복, 동기 박탈만을 양산하며, 오직 잔혹하고 고통스러운 실업의 위협을 가함으로써 사람들이 계속해서 고용되기만을 바라도록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을 궁핍하게 만들고 바보로 만드는 고용은 일의 해체일 따름이다.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고용의 죽음은 오히려 희소식일 것이다. 스티글레르는 고용의 몰락을 일을 재발명할 기회로 삼고, 우리를 서서히 탈진시키는 무관심의 경제를 대신할 ‘기여경제’를 수립하는 계기로 만들자고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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