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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 - 전쟁의 기억과 분단의 미래

by 글쓰남 2017.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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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 - 10점
브루스 커밍스 지음, 조행복 옮김/현실문화

한국전쟁은 언제 시작되었을까? 단지 3년간의 비극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그 대답은 1950년 6월 25일일 것이다. 하지만 브루스 커밍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파고든다. 그는 한국전쟁의 기원을 1930년대 만주에서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벌어졌던 항일투쟁에서 찾는다. 

일제강점기의 조선은 두 세력으로 분열됐다. 바로 ‘항일세력’과 ‘부역세력’이 그들이다. 특히 만주에서 격렬한 유격대 투쟁을 벌였던 이들은 이후 북한 지도부의 핵심 계보를 형성했다. 반면 미국은 소련 주변부에 자생 가능한 정권을 배치하기 위한 ‘대大 초승달’ 전략에 따라 일본의 산업을 부흥시켰고 남한을 이에 연결시키고자 시도했으며, 이에 따라 부역세력의 복권이 이루어졌다. 많은 친일파가 청산되기는커녕 요직을 차지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여기서 커밍스는 ‘동서 냉전’이라는 현상의 이면에 ‘내전’으로서의 성격이 있음을 발견한다. 일제강점기부터 지속되어 온 대립이 미국과 소련 사이에 성급하게 그어진 38도선을 경계로 첨예화됐으며, 한국전쟁은 갈등이 거대한 규모로 폭발하면서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 지도부가 강조하는 항일 경력은 여전히 북한 정부의 정치적 정당성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1950년 6월 25일이라는 시점과 3년간의 전쟁이라는 현상에만 치중하면 한국전쟁의 뿌리와 근원적 성격을 간과하게 되며, 이는 북한의 체제와 지도부를 이해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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